바젤3 12월 도입…'은행 수익성·기업 투자' 빨간불

은행들의 자본운용을 규제하는 국제 바젤3 기준이 올해 12월 국내에 도입된다.

글로벌 금융 위기를 계기로 선진국의 대형 은행들이 무너지면서 금융회사의 위험 자산을 줄이고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조치이다.

그러나 은행들이 단기자금 조달을 못하고 기업 투자를 위축시키면서 부작용도 적지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한국은행은 올해 12월 1일부터 새 바젤3 기준을 적용한다고 30일 밝혔다.

바젤3의 도입은 현재 상당수 국가들 사이에서도 논의가 활발하다. 국제결제은행(BIS) 산하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는 1961년 이후 자본 규제 기준을 3차례 업그레이드, 2010년에는 은행의 자본 규제를 강화해 위기 시에 대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당초 한국 정부는 은행의 수익성이 악화될 것을 우려해, 지난해 12월 도입을 한차례 늦추기로 한 바 있다.

권대영 금융위 은행과장은 "주요 아시아 국가들이 올해 이미 시행했고 국내 은행들이 준비한 기간을 감안해 시기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의 정책 시행에 맞춰 바젤3 도입을 준비해온 은행들은 계획대로 자본을 운영할 수 있지만, 반대로 5개월 만에 새로운 기준을 적용하게 된 측면에서 일부는 차질을 빚을 수 있게 됐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자본 규제는 은행의 실적에 영향을 주고 대차대조표에 즉시 반영이 되는데 정부의 정책이 자주 바뀌어 혼란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바젤3 도입은 최근 침체되고 있는 기업 투자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실장(선임연구위원)은 "새 바젤3 도입이 은행들의 단기자금 조달을 줄이고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측면도 있지만, 기업의 입장에서 대출이 줄어드는 부작용도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들이 기업 대출 대신 안전한 국채 등에 자산을 맡기면서 시스템 리스크(system risk)는 줄어들지만, 그만큼 기업에 투자는 활발하게 이뤄지지 못한다.

특히 신용 등급이 낮은 중소기업의 경우 대기업에 비해 자금 조달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

한편 바젤3 기준은 자본의 종류를 위험 수준에 따라 세분화하고 레버리지(차입) 투자를 규제한다. 레버리지 비율이나 유동성 규제는 2015년 이후에 시행된다.

또 시스템적 중요도에 따라 큰 은행들은 추가 자본을 1~2.5% 더 쌓아야 한다.

보통주 자본의 개념을 신설, 자본 비율 체계를 보통주(4.5%), 기본 자본(6%), 총자본(8%)으로 나누고 후순위채와 같이 은행 입장에서 안전한 자본을 더 늘려야 한다.

후순위채는 가장 늦게 변제되는 고금리 채권으로, 은행이 파산해도 청산이 늦은 만큼 안전하며 손쉽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반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