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비영리 탐사보도 매체 뉴스타파가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 비밀리에 해외금융계좌를 통해 자금을 운용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정·재계 유명인사 명단을 연이어 발표하면서 '역외탈세'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의혹을 받고 있는 상당 수 재계 인사들은 대답은 한결같다.
"과거 계좌를 운용했지만 이미 모두 폐쇄한 사실상 죽어있는 계좌"라는 것이다.
일례로 지난달 22일 1차 발표 명단에 포함됐던 OCI그룹 이수영 회장은 "해외금융계좌를 통해 개인적인 용도로 100만불 가량을 운용했으나, 2010년도에 폐쇄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그렇다면 왜 역외탈세 의혹을 받고 있는 당사자들이 이 시점에 주목하는 것일까.
무엇보다 이 시점부터 해외금융계좌에 대한 법적 신고의무가 부여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실제 국세청이 해외금융계좌 신고를 받은 연도는 2011년도로 2010년 계좌보유 기준이다.
따라서 이 시점 전까지 해외계좌를 통해 수천억을 운용했더라도 도중에 계좌를 폐쇄했거나 다른 도피처로 옮겨 신고하지 않을 경우 특별히 찾아낼 방법은 많지 않다.
국세청 관계자는 "일례로 1990년도에 스위스 계좌를 통해 자금을 운용했다가 이 계좌를 2010년도 이전에 폐쇄했다면 별도의 신고의무가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계좌 개설시점과 관계없이 2010년까지 살아있었던 계좌라면 법적으로 의무 신고대상이다. 예컨대 2010년 1월2일에 폐쇄한 계좌라고 하더라도, 전날인 1월1일 10억원이 넘게 들어있었던 계좌라면 반드시 신고를 해야 했던 셈이다.
따라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씨가 현재까지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아랍은행 스위스지점 계좌도 보유금액이 10억원을 초과했다면 반드시 의무 신고대상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전씨도 그동안 동 계좌를 신고를 하지 않았다면 일단은 과태료 대상이 될 수 있다. 과태료 수위는 해당계좌 보유금액이 클수록 더 커진다. 예컨대 해당계좌에서 1000억원이 발견됐다고 가정할 경우 기본 과태료만 95억2000만원이다.
해외계좌 미신고자가 두려운 것은 과태료보다는 국세청의 강도 높은 세무조사라고 볼 수 있다.
국세청은 과태료 외에도 해당 법인, 개인에 대한 세무조사를 통해 해외로 빼돌린 자금유용 여부를 확인해서 관련 미납세액을 추징하겠다는 방침을 세워두고 있다. 역외탈세 혐의가 기업 전반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비단 전재국씨 사례만이 아니라 조세피난처에서 유령법인을 세워두고 과세당국의 눈을 피해 해외금융계좌를 운영해 온 모든 역외탈세 혐의자에 해당될 수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해외금융계좌 미신고 적발시 과태료뿐만 아니라 후속 세무조사 등을 통해 관련 미납세액도 추징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