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경제민주화 및 지하경제 양성화를 핵심 국정과제로 내세우며 기업들에 대한 세무조사를 확대하는 가운데, 경제5단체장들이 과도한 세무조사는 기업들의 투자의욕을 위축시킨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최근 8분기 연속 0%대 저성장이 계속되는 등 경기침체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기업들에 대한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세제지원을 확대해야 기업들이 경기회복의 견인차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 등 경제5단체장들은 25일 서울시 명동 은행회관에서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과 조찬 간담회를 갖고, 정부의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및 주요 경제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날 간담회에는 경제5단체장과 현 부총리는 물론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 신제윤 금융위원장, 김덕중 국세청장, 백운찬 관세청장 등 경제관련 부처 장관·청장들이 참석했다.
우선 현 부총리는 이날 간담회를 통해 정부가 추진할 '2013년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설명했다. 하반기에는 우리 경제가 저성장의 흐름을 끊고, 3%대 성장을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현 부총리는 "그동안 마련된 정책 패키지들의 추진상황을 관리하는 한편, 투자활성화를 위한 규제완화, 일자리 등을 위한 제도개선 과제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겠다"며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에 대한 대비 등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세무조사 확대 등을 이유로 우려하는 경제민주화 및 지하경제 양성화 정책에 대해 기업들의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위축시키지 않도록 정책적으로 배려해 나가겠다는 뜻도 전했다.
그는 "경제민주화 및 지하경제 양성화를 차질 없이 실천하되, 기업이 경기회복에 견인차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 부총리는 경기회복을 위해 기업들에서 투자와 고용을 확대해 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그는 "하반기에는 대내외 경제여건에 어려움이 있더라도 국민들이 경기회복을 체감할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해야겠다"며 "이를 위해서는 기업이 의욕을 갖고 투자와 고용에 적극 나서도록 하고, 정부는 이를 위한 환경을 만들어 나가는 정부와 기업 간에 마치 수레의 두 바퀴와도 같은 긴밀한 협업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한편 경제5단체장들은 정부 측에 경제민주화와 지하경제 양성화 정책이 기업경영 환경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며, 정부가 기업들에 대한 규제를 풀고 과도한 세무조사를 실시하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우리 경제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기업이 자신감을 회복하기 위해 경영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며 "기업활동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입법환경이 개선되면 투자심리 회복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경제민주화 관련 입법이 지나치게 기업을 옥죄면 안 된다"며 "지하경제 양성화도 과도한 세무조사로 이어져 기업의 불안감을 키우고 투자의욕을 위축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전했다.
손 회장은 "정부가 수출과 투자확대를 위해 강력한 정책적 노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투자환경을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기업 관련 제도, 규제, 조세, 경영환경 등을 국제적으로 경쟁력 있는 수준으로 격상해 줄 것"을 요청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도 정부가 추진하는 경제민주화 및 지하경제 양성화 정책이 중소기업에게 피해가 없도록,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 회장은 "노동·환경 문제까지 경제민주화로 포장하면 중소기업계에 불안요소가 된다"며 "지하경제 양성화도 소상공인들은 매출누락 등 악영향을 받지 않을까 불안감이 커지고 있어 배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희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은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완화하고, 규제보다는 세제지원 등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방향의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한덕수 무역협회 회장도 "최근 어려운 국내외 경기여건 속에서도 견실한 수출 증가세가 우리경제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주고 있다"며 "하반기 불확실한 경제상황을 고려해 정부는 경제 활성화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