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열람 뒤 1년 이내 통보…원안서 '후퇴'
국세청 "추가세수 규모 예측불가"…年 4.5조 버거울 듯
6월 임시국회 막판까지 여·야간 팽팽한 의견대립으로 처리가 불투명했던 이른바 'FIU법(특정금융정보 보고와 이용에 관한 법률)'이 막판 극적합의로 본회의를 전격 통과하면서, 향후 법안 파급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과세당국이 FIU법을 새 정부 지하경제 양성화 작업의 '핵심동력'으로 판단, 그동안 법안 통과에 진력을 쏟은 만큼 법안통과에 따른 세수효과 등 실효성 논쟁이 한층 가열될 전망된다.
□ 손질된 FIU법 어떻게 달라졌나 = 국세청 기대와 달리 FIU법은 국회 논의과정에서 상당부분 손질됐다.
우선 정보공개 수위와 관련, 국세청이 기존 조세범칙 조사 이외에도 탈세정황이 포착된 경우 CTR 자료열람권을 청구할 수 있도록 정보공개 범위가 예전보다 넓어졌으나, 이는 전면 공개를 규정한 원안에서 상당 폭 후퇴한 수준이다.
또한 개인정보 보호차원에서 금융정보 열람 후 당사자에게 10일~1년 이내 정보열람과 관련한 사항을 통보하고, FIU 내 검찰, 국세청, 관세청 관계자가 참석하는 위원회를 통해 정보제공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이 조항을 두고 국세청 안팎에서는 "예전과 달라진 것이 거의 없다"는 비관적인 시각이 상당하다.
당초 국세청은 FIU가 보유하고 있는 CTR 자료를 직접 열람하고, STR(1000만원 이상 혐의의심거래) 자료를 세무조사 이외 세원관리나 조세불복에 사용할 수 있도록 법안개정을 요구했는데, 사실상 '시어머니' 역할을 할 심의위원회 설치로 기대효과가 상당 부분 퇴색됐다는 평가다.
특히 열람여부 통보문제는 FIU법이 난항을 겪었던 결정적인 이유. 여권은 조사대상자에게 통보할 경우 향후 자금은폐 등 문제가 발생, 법안 실효성이 현저히 떨어질 것으로 우려했지만 야권은 비공개시 '민간인 사찰', '정치적 수사'로 흐를 수 있다며 강력히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팽팽한 대립 끝에 CTR 자료에 한해 1년 안에 열람여부를 공개토록 합의안이 도출됐지만, 이 역시 원안의 파급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라는 의견이 상당하다.
□ 年 4.5조 복지재원 확보 '빨간불' = 국세청은 올해 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업무보고를 통해, FIU법이 통과될 경우 연간 4조5000억원, 임기 5년간 22조5000억원 규모의 추가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는 지하경제 양성화 '청사진'을 제시했다.
다만 이는 CTR(2000만원 이상 고액현금거래)자료 전체를 국세청이 상시 들여다 볼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FIU법 '원안통과'를 근거로 계산된 수치다.
대다수 조세전문가들은 개정된 FIU법이 당초 원안만큼의 파급력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오윤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에 통과된 법안을 보면 국세청이 고액현금자료를 체계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부분이 있어 아쉽다"며 "정보공개 심의위원회를 두는 것은 국세청의 정보접근을 상당 폭 제한하는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국세청이 당초 연간 4조5000억원 정도를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는데, 결과적으로 목표달성은 어렵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FIU법 입법 수준으로는 당초 계획한 지하경제 양성화 효과를 거두기 어렵고, 세수확보에도 별 도움이 안 될 것"이라며 "개인정보 보호 취지는 맞고 그래서 일정 부분 보완이 됐지만 이렇게 얻은 자료를 가지고 국세청이 예상한 세수를 얻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열람여부 통보는 맞는 방향이지만, 지금으로 봐서는 국세청이 반길 규정이 하나도 없는 것 같다"며 "세무조사 목적 외에도 사전에 탈세여부를 살펴보기 위해 금융정보를 미리 보자는 취지였는데 그런 의미가 상당 부분 퇴색했다"고 평가했다.
□ 과세당국 신중모드…"효과 지켜봐야" = 내심 원안통과를 기대했던 과세당국은 조금은 복잡한 심경이다. 법안 통과 자체는 반길 일이지만 다소 실망스런 부분도 감지된다.
국세청 관계자는 "일단 법안통과로 CTR 자료공개 범위가 넓어진 부분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고, 이로 인해 상당규모의 세수확보도 가능할 것"이라며 "다만 정보열람 여부 통보 문제는 예상치 못했던 부분이었고, 원안에서 후퇴하면서 당초 기대했던 세수효과에 못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FIU 내부에 심의위원회가 설치된 부분은 그동안 FIU가 영장주의 예외지역으로 자금세탁 등 수사와 관련해 검찰이 자의적으로 판단한 부분이 있었는데, 국세청과 금융위 등 관련기관이 함께 논의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된 것으로 상당 부분 금융정보공개 과정이 투명해 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관세청 관계자는 "CTR 정보를 제공받았다고 당사자에게 바로 통보하면, 증거를 없애거나 원래 자기가 하려고 했던 계획을 수정할 가능성도 있다"고 아쉬움을 표한 뒤 "결과적으로 예전보다 CTR 자료를 더 확보할 여지가 생긴 점은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과세당국은 향후 시행령 제정 과정에서 금융정보공개 청구유형을 보다 명확히 규정하는 등 후속작업에 만전을 기할 방침이다. 시행령 개정작업은 약 2~3달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