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일보는 9일 김낙회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을 초청, '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세제개선 방안'을 주제로 재무인포럼을 열었다. 이날 포럼에서 참석자들은 세제개선 방안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조세일보는 이에 앞서 기업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포럼을 위한 사전 설문조사와 토론과정에서 핵심쟁점으로 떠오른 5대 이슈를 정리한다. <편집자 주>
법인세가 세수감소 결정적…세율 25%~30%로 인상해야
박근혜 정부가 민생복지를 천명하고 있어 복지예산 확보가 시급한 가운데 당장 2013년 세수 부족 규모가 예상보다 심각해 세수확보를 위한 대책들이 잇따르고 있다. 그중에서도 법인세율 인상을 통한 세수확대 방안을 놓고 재계와 정치권, 조세전문가들의 논란이 뜨겁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올해 4월 누적 세수가 73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조3000억원이나 줄었다며 세수확보를 위한 각종 대책을 마련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예산정책처는 세수가 줄어 든 이유로 법인세율인하에 따른 법인세수 하락을 첫 번째로 꼽았다.
이밖에도 자산시장의 침체로 인한 세수탄성치 하락과 무역자유화로 실효관세율이 하락한 것도 주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일부 국회의원들은 법인세율 인상이 포함된 세제개혁안을 발의하고 나섰다. 대기업에 대한 적정수준의 증세를 통해 조세형평성을 제고하고 사회양극화를 완화하자는 내용이 담겨있다.
민주당 이낙연 의원과 진보정의당 박원석 의원은 법인세 과표구간 조정과 함께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22%에서 각각 25%, 30%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3년 OECD국가 법인세율
자료 : OECD
조세 전문가들 중에도 세수확보를 위해서는 법인세율을 인상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김유찬 홍익대 교수는 “지난 정부의 법인세율 인하는 수익이 발생한 모든 기업에게 세후수익의 증가를 가져다줬다"며 "일각에서 법인세율을 인상하지 말고 비과세나 세금감면을 축소하자는 의견이 있지만 효율성 측면에서 법인세율을 상향조정하는 것이 더 낫다"고 법인세율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재계, 법인세율 인하한 결과 투자와 고용 증가로 세수 증가
그러나 재계에서는 각국의 통계를 제시하며 세수증대를 위해서는 법인세율을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홍성일 전경련 금융조세팀장은 “지난 20 여년간 법인세율과 세수를 비교해 봤더니 법인세율이 인하되면서 세수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법인세를 감소하면서 그 재원으로 기업투자와 고용을 늘리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세원을 키워 세수를 확대하는 방법은 기업도 정부도 모두 바람직한 모습"이라며 "법인세율이 인상되면 세원이 축소돼 세수가 감소할 가능성이 크고 이렇게 되면 기업도 정부도 모두 힘들어 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경련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지난 1993년 이후 법인세율은 34%에서 22%로 인하됐지만 GDP 대비 세수비중은 오히려 1.98%에서 3.32%로 67.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인세율 변화에 따른 세수 증감 추이
자료 : 전경련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세율이 너무 높으면 근로의욕, 투자의욕, 기업가정신에 악영향을 미쳐 경제 효율이 떨어지고 성장잠재력을 훼손할 수 있다”며 법인세 인상에 반대입장을 명확히 했다.
권오용 SK텔레콤 고문은 “미국의 경제부흥기를 이끈 래퍼곡선에 따르면 증세보다 오히려 세금을 줄임으로써 소비 및 투자촉진, 경기부양, 고용 및 소득창출로 세금 수입이 늘어났다”며 법인세 인하를 통한 세수확대 방안을 제시했다.
중국 대만 싱가포르 등 경쟁국보다 세율높아 투자자금 유출
이밖에도 우리와 경쟁 관계에 있는 국가들의 법인세율이 우리나라보다 낮아 국내기업과 외국기업의 투자자금이 경쟁국으로 빠져나가 경제적 손실은 물론 세수도 감소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포춘이 세계 500대 기업을 중심으로 기업의 실효세율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 기업의 실효세율은 22.3%로 경쟁국인 중국 20.9%, 싱가포르 20.4%, 인도 20.2%, 대만 16.3% 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연구원 정승영 박사는 “우리나라와 같은 중간 규모 국가에서 법인세율을 높일 경우에는 국내와 해외 자본의 이탈을 야기할 수 있다”며 “이러한 경우에는 저성장 기조에 있는 우리나라 경제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서 “영국, 독일 등 주요 국가는 오히려 법인세율을 낮추고 있다”며 “미국의 경우에도 애플, 구글, 스타벅스 등의 공격적 조세회피 사례가 증가해 법인세율 인하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법인세율 인하 검토 필요성을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