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공약법안, 6월 임시국회 처리 무산
여야 대치 여전, 與 "정기국회 처리" 野 "또 후퇴할 것"
금융업계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이자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사항이 담긴 금융사 대주주 적격성 심사강화 등을 골자로 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이하 금융지배구조법)의 지난 6월 임시국회 통과가 무산된 가운데, 법 통과 가능성에 대한 갑론을박이 여전하다.
일단 정부와 여당은 충분한 논의를 더 거친 뒤 정기국회에서 법 통과를 자신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야당은 이 법률안을 둘러싼 정부와 여당의 스탠스를 문제삼으며 원안 통과 가능성을 낮게 평가하고 있어 주목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대선 이후 경제민주화 이슈에 대한 재계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정부와 여당 안팎에서 '속도조절' 논란이 빚어지는 등 소위 경제민주화 법안들의 수정문제가 정쟁화, 금융지배구조법의 정기국회 통과 가능성에 의문부호가 찍히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경기침체가 장기화 되는 상황에서 결국 재계의 요구에 밀려 소리만 요란한 '빈 수레' 공약으로 끝날 가능성 마저 제기되고 있다.
□ 지금은 '계류' 중...금융지배구조법 내용은? = 지난 6월 임시국회 통과가 무산,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금융지배구조법 주요 골자는 금융사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강화한다는 내용. 이명박 정권 당시 금융위기를 계기로 촉발된 저축은행 사태 재발 방지를 목적으로 한 측면이 크다.
구체적으로 금융사 대주주가 고객의 돈을 부적절하게 유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대주주의 금융사 소유 자격을 주기적으로 심사, 자격이 없으면 강제로 지분 매각 명령 등을 내릴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은행 및 저축은행 외에도 보험과 증권, 카드사 등 제2금융권에도 똑같은 규제를 적용한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현재 정무위원회 계류 중인 관련 법률안은 총 4건이며 금융위원회가 제출한 정부안과 의원입법안이 섞여 있다. 정무위는 4건 법안을 병합심사한다는 계획이다.
□ 당정, "논의 시간 필요하다…정기국회 처리 전망" = 이들 법률안이 지난 6월 임시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직접적인 이유는, 심도 있는 논의를 할 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는 것이 정부와 여당의 입장이다.
국회 정무위 새누리당 간사인 박민식 의원은 11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법안심사논의가 숙성이 덜 됐다. 밥 지을 때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느냐"며 "6월 국회에서 대주주 적격성 심사 강화와 관련해 논의를 3번밖에 못했다. 좀 더 (논의할)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어 "좀 더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여야가 모두 공감했다. 이 문제는 여야의 정치적 대립문제가 아니다. 올해 정기국회에서 처리될 것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 관계자도 "반대 논리가 있기보다 방법론적 문제에 있어 논의가 더 필요한 상황"이라며 "법이 새로 만들어지는 단계인 만큼 시급하게 처리할 것이 아니라 시간을 두고 여러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 野, "재계반발에 정부여당 소극적…국회 통과 난망" = 낙관적 시각을 가진 정부여당과 달리 야권의 시각은 다르다. 정부여당이 재계 반발에 굴복, 경제민주화 법안 처리에 매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국회 정무위 소속 민주당 관계자는 "법안심사소위에서 여야 간 의견 대립이 상당했다"며 "정부와 새누리당은 금융업계 입장을 고려해 대주주 적격성 심사 범위를 축소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6월 국회에서 처리된 일명 '일감몰아주기 규제법'이 재계의 반발에 부딪혀 '경제력 집중 억제'조항이 아닌 '불공정 행위규제'조항으로 사익편취 기준이 넘어가는 등 법안이 후퇴됐다며 대주주 적격성 심사 강화법안 처리도 유사한 길을 걷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 관계자는 "일감몰아주기 규제법이 대선공약인데도 재계가 '때리기'라고 반발하고 박 대통령이 '앞서간다'고 지적하자 여당 내 분위기가 급변했다"며 "대주주 적격성 심사 강화 법안도 정기국회 논의 과정에서 후퇴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 다른 야권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 법안은 지난 국회에서 거의 처리됐다고 보면 된다"이라며 "국민들의 저항을 최소화하는 정도의 법안처리만 할 뿐 근본적인 구조개혁은 임기 내내 하지 않을 것이다. 재계 반발을 무시할 수 없는 태생적 문제가 있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