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으로 평가될 정도로 극심한 경기침체 여파에 정치권은 때아닌(?) 경제민주화 후퇴 논란으로 시끄럽다. 엄청난 규모의 세수부족 현상과 쉽사리 회복되지 않는 경제성장률 여파로 '경제활성화'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논란의 불이 지펴지고 있는 형국이다.
여기에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규제완화, 기업투자 활성화 등을 골자로 한 경제활성화 필요성을 강하게 시사하는 발언을 내놓으면서 '경제민주화 종결 선언' 논란으로까지 전선이 확대되고 있는 모습이다.
□ "경제살리기 필요"…박근혜 대통령도 나섰다 = 경제활성화 필요성이 탄력을 받고 있는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10조원 규모에 육박하고 있는 세수부족 상황이다. 지난 정부 대규모 감세정책에 따른 후폭풍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세수부족 상황의 근본적 이유는 경기침체 때문이라는 것에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국세청이 국회에 제출한 세수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5월) 세수실적은 82조1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조원 가량 부족 징수됐다. 이 추세대로라면 연말까지 20조원에 육박하는 세수부족이 예상되고 있다.
특히 법인세와 부가가치세 등 경기상황을 그대로 반영하는 세목들의 진도율이 부진한 것은 경제활성화를 위한 전향적인 정책시행 필요성을 반증해 주는 대목이라는 분석이다.
경제활성화 필요성은 당·정·청이 공통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경제5단체장 등과 회동을 갖고 규제완화 등을 약속하며 투자를 독려한 것으로부터 시작, 그 동안 별다른 언급이 없었던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선 형국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11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2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 참석 "내수활성화를 위한 노력과 수출과 투자 확대를 통한 일자리 창출의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며 "요즘같이 대내외 여건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기업들이)선뜻 투자를 결정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기업들이 신뢰할 수 있는 투자환경 구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는 일자리 창출의 핵심이다. 투자여건 개선을 위해서는 중앙정부, 지방정부, 기업이 모두 합심해야 한다"며 "2009년 1만1000개 남짓하던 등록규제 수가 지난해 1만4000개가 넘을 정도로 늘었다. 정부는 규제개혁을 더욱 과감하게 추진해 투자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경제민주화' 종결(?) 野 "공약철회"…당 일각도 우려 = 하지만 정부와 박근혜 대통령의 투자활성화 필요성 강조 행보는 박근혜 정부 경제정책의 핵심기조나 다름없던 '경제민주화' 후퇴 논란으로 불씨가 제대로 옮겨 붙은 상황이다.
특히 야당은 박근혜 정부가 '경제민주화' 공약을 스스로 후퇴시키고 있다는 지적을 거듭 제기하고 있다. 대-중소기업간 불공정과 재벌의 불법적 행태를 바로잡아 공정한 시장경제를 만든다는 취지의 경제민주화가 우선 경제를 살리고 보자, 는 논리에 밀리고 있다는 것.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 10일 논설실장·해설위원실장 등과 오찬에서 경제민주화 입법과 관련해 "중요 법안이 중점으로 하는 게 7개 정도였는데 6개가 이번에 통과가 됐다. 그래서 거의 끝에 오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법도 어지간히 통과도 됐고, 인프라도 깔았으니까 앞으로 이 방향으로 계속 나가면 기초가 올바른 방향을 잡고 있기 때문에 발전해 나갈 수 있다고 보는 것"이라고 말해 '사실상 경제민주화 종결 선언'이라는 해석까지 낳았다.
민주당 등 야권은 박 대통령의 발언에 즉각 반발, "공약 철회"라며 비판의 고삐를 죄고 있다. 민주당 김관영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산적한 경제민주화 과제들을 쌓아두고 제멋대로 경제민주화 종결선언을 한 것은 공약철회에 다름 아니다"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통합진보당 홍성규 대변인도 논평에서 "고작 법안 6개, 7개로 경제민주화 실현을 공약했던 것이냐. 게다가 어렵사리 국회를 통과한 그 법안들마저도 박 대통령의 속도조절 주문에 새누리당에 의해 누더기가 돼 내용상 큰 후퇴를 겪지 않았냐"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내 일각에서도 경제활성화 논리에 경제민주화가 밀리고 있다는 지적에 대한 우려의 시각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경제민주화 입법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한 여당 국회의원은 "경제민주화는 계속 되어야 한다"며 "우리 경제 자생력을 위해 중소기업이 살아야 하는데 그건 아무렇지도 않게 불법적 행태를 하고 경제민주화 입법을 막기 위해 로비를 하는 재벌들의 힘을 견제하는 것에서 시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