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외환위기 당시 중소기업들에 막대한 손실을 입혔던 파생금융상품인 키코(KIKO)를 둘러싼 피해기업과 은행과의 분쟁이 오는 18일 대법원 심판대에 오른다.
대법원은 이날 오후 2시10분 대법정에서 양승태 대법원장 및 대법관 12인이 참석한 가운데 KIKO 소송(부당이득금반환) 3건에 대한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을 갖는다.
KIKO는 녹인(Knock-In), 녹아웃(Knock-Out)에서 따온 말로 수출대금의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환 헤지 계약을 의미한다.
이번에 공개변론이 열리는 사건은 중소기업인 S정밀 등 3개사가 각각 우리은행과 씨티은행, 신한은행과 제일은행 등을 상대로 낸 소송이다. KIKO계약은 환율이 약정한 수준에서만 변동하면 기업이 이익을 보게 되지만, 약정한 수준을 넘어 변동폭이 커질 경우 큰 손실이 발생한다.
소송을 낸 S정밀 등 기업들은 지난 2008년 외환위기 당시 900원대 후반이던 원·달러 환율이 갑자기 1400원대로 치솟으면서 손해를 봤다. 일부 기업은 문을 닫기도 했다.
원고 기업 측 대리인으로는 법무법인 KCL과 대륙아주, 로고스 등이 나서며 피고 은행 측 대리인으로는 김앤장과 광장, 율촌이 나선다.
공개변론의 쟁점은 △키코 계약이 민법에서 규정한 불공정한 법률행위나 약관에 해당되는지 여부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하는지 여부 △은행이 계약 체결 과정에서 적합성 원칙과 설명의무를 다했는지 여부 등이다.
원고측 중소기업들은 은행들을 상대로 KIKO 계약이 무효・취소・해지되거나 은행들이 KIKO 계약에 따른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KIKO 계약에 따라 은행들에게 지급한 돈을 부당이득으로서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또 은행들이 KIKO 계약 체결 과정에서 적합성 원칙이나 설명의무를 위반하는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각급 법원에 계류된 KIKO 관련 소송은 18일 열리는 공개변론 사건 3건을 비롯해 대법원 41건, 2심 68건, 1심 167건 등 모두 276건에 달한다. 이번에 열리는 공개변론이 해당 사건의 최종 결론은 물론 다른 KIKO 관련 소송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이날 공개변론에서 양승태 대법원장인 공개변론의 취지, 진행순서 등에 대해 10분 정도 설명하고, 원고측 소송대리인과 피고측 대리인이 각 30분가량 변론에 나선다.
전문가들의 참고인 의견진술도 듣고, 대법원장과 대법관의 소송대리인 및 참고인들에 대한 질문과 답변 시간도 예정돼 있다. 이번 공개변론은 3시간 정도 진행될 예정이다. 이날 공개변론은 국내 사법 역사상 두번째로 TV와 인터넷 등으로 전 과정이 생중계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