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연금 지급대상자 축소, 정치권 '후퇴논란' 가열
사상 최악의 경기부진에 세수확보에 '빨간불'이 들어온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대선공약들이 흔들리고 있다. 대선 기간과 인수위 당시 큰 소리를 쳤던 박근혜 정부는 출범 이후 6개월 동안, 대한민국 경제가 직면한 현실을 인정하고 자진 후퇴를 선택했다.
특히 내용이 수정된 상당수 공약들이 표심을 자극했던 '복지공약'이라는 측면에서 향후 정치권과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논란이 고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국민행복연금위원회(위원장 김상균, 이하 행복위)는 17일 기초연금 지급 대상자를 전체 노인에서 하위소득 노인 70∼80%로 제한하고, 개별지원금액도 소득수준에 따라 차등지급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기초연금제도 방안을 확정, 발표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내걸었던 '전체 노인에게 월 20만원을 지급한다'는 대선공약은 사실상 '공염불'이 된 셈이다.
□ 최악 경제상황에 산산이 깨진 대통령의 '약속' =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65살 이상 모든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하겠다'는 취지의 기초연금제도 공약을 내놨다.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원을 지급, 안정적인 노후 생활을 보장해 준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급격한 고령화로 노인 인구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데다가 정부 출범 이후 최악의 경기부진 여파로 세수상황이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공약이행의 핵심이나 다름없는 재원 마련이 난관에 봉착, 보폭을 줄일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시절에도 재원 마련 대책에 대한 불투명성이 문제가 되면서 국민연금을 수급하는 노인들에게는 기초연금 지급을 하지 않거나 축소하는 대안책을 박 대통령이 직접 제시하기도 했다.
이후 국민연금에 가입한 사람만 손해를 본다는 반발여론이 거세지자, 합의안 도출을 위해 정부 출범 후 행복연금위원회를 지난 3월 발족해 현재까지 논의를 진행해 왔다.
이날 행복위가 발표한 방안의 핵심은 기초연금 수급 대상을 제한한 것(소득하위 70∼80%)이다. 아울러 확실한 방향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소득수준에 따라 월 20만원의 기초연금을 차등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방침도 포함됐다.
애초 박 대통령의 대선공약과는 한참이나 거리를 둔 방안.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수 년에 걸쳐 수 십조원에 달하는 '생돈'이 투입될 수밖에 없는 박 대통령의 대선공약은 지켜지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고, 실제 경제상황을 감안한 '타협점'을 내놓았다는 분석이다.
특히 공약 후퇴 여부를 떠나 이 정도 수준만 지급한다 해도 연간 십 수조원에 육박하는 예산(세금)이 투입되기 때문에 현재 경제상황이나 세수상황을 감안했을 때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행복위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정부안을 다음 달 말까지 발표하고 오는 9월 안에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 들끓는 정치권 "공약 후퇴 명백…연금제도개선위 구성 필요" = 정치권은 '공약 후퇴' 논란으로 들끓을 조짐이다.
진보정의당 박원석 의원을 이날 논평을 통해 "박근혜 정부의 공약 사항이자 국정과제인 '기초연금 도입'을 추진하기 위해 4개월 동안 논의한 결과라고 보기에 매우 실망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러 안 중 최대치(노인의 80% 수준, 최고 20만원)를 적용한다 하더라도 '65세 이상의 모든 노인에게 현재의 2배를 인상해 지급'하겠다는 공약에서 후퇴한 것은 명백하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이어 "이제 '대통령의 공약이 거짓으로 드러난 이상 국민이 믿을 수 있는' 법 개정에 국회가 나서야 할 때"라며 "국회 내에 연금제도개선위원회를 시급히 구성하고, 명실상부 기초연금 도입을 위한 논의에 돌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관계자도 "100%노인 기초연금 지급뿐 아니라 4대 중증질환 도 공약 후퇴 논란이 있지 않냐"며 "경제민주화도 그렇고 계속 말을 바꾸기만 하고, 결국엔 국민행복 약속 지킨다고 말만 할 뿐 제대로 약속을 지킨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여권은 재원 상황을 고려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분위기다.
새누리당 정책부의장인 나성린 의원은 "공약을 지키는 것이 바람직한데 재정상황이 안 좋으니까 (공약이)후퇴한 것은 맞다"며 "이 부분을 국민들께 잘 설명하고 사과할 부분은 사과해야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공약이라는 것이 1년안에 다 이룰 수 없는 것 아니냐"며 "속도조절이라고 보면 되고 앞으로 임기 내에 진행상황을 봐야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