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 의원, 최수현 금감원장 정책 월권 '질타'
"금융정책 표류중"…신제윤 위원장 책임론도 제기
금융감독체계 개편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정중동의 행보를 보이는 반면 최수현 금감원장이 금융감독을 넘어 정책까지 월권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과거 대책반장이라는 별명으로 금융정책 전반에서 왕성한 모습을 보여 주었던 김석동 위원장의 그늘에 가려 있던 권혁세 원장과는 전혀 다른 행보라는 것.
18일 김기식 민주당 의원은 "금융정책과 감독의 분리라는 기존 여야의 공감대와 대다수 전문가의 요구를 외면하더니 이제 감독기구 수장이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나서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최수현 원장에 직격탄을 날렸다.
이는 최수현 원장이 지난 16일 ‘2013년 하반기 금융감독 5대 중점 추진과제’를 발표하며 규제완화를 골간으로 하는 금융산업발전을 위한 정책들을 쏟아낸 것에 대한 문제 제기다.
김 의원은 "사실상 수수료 인상을 시사하는 발언도 있었다"며 "그 내용과 관점도 문제지만 감독기구인 금융감독원의 책임자가 법률과 정관으로 규정된 업무범위를 벗어나 금융 산업 육성정책을 발표하고 나아가 규제완화를 거론하고 있다는 점이 더욱 심각한 문제다"고 꼬집었다.
현행 법령에 따르면 금감원의 업무는 감독업무만을 규정하고 있을 뿐 금융산업발전을 위한 정책은 금융위의 몫으로 금감원의 업무 범위를 벗어난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김 의원은 오는 25일로 예정된 7대 금융지주회장들과의 면담도 문제 삼았다.
그는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오는 25일로 예정된 7대 금융지주회장들과의 면담을 앞두고, 갖가지 규제완화책을 나열하며 '감독'이 아니라 '정책'을, '금융소비자 보호'보다 '금융산업의 육성과 발전'을 강조하고 나섰다"고 일침을 놓았다.
이는 금감원 스스로 '정책'과 '감독'의 확실한 분리와 독립성을 강조해 온 모습과 배치된다는 것.
최 원장은 취임 이후 금융투자업계(5월 15일), 보험사 CEO(5월 31일), 외국계 금융사 CEO(6월 13일), 카드사 CEO(6월 25일) 등과 잇따라 간담회를 열어 업계의 고충을 들어 왔다.
이 같은 순서를 보면 다음 차례는 은행장들과의 간담회이지만 금융지주 회장으로 급선회를 한 것은 금융권 실적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판단 때문이라는 게 금감원 관계자의 전언.
하지만 최 원장의 적극적인 행보는 전임 권혁세 전 금감원장이 지난 2011년 3월 취임 이후 8월에 들어서 비로소 김석동 금융위원장과 함께 금융지주사 회장단 간담회 자리에 모습을 나타냈던 것과도 대비를 이룬다. 또 권 원장이 독자 행보를 보인 것은 같은 달 19일 보험사 사장단과의 간담회였다.
이와 관련 김 의원은 신제윤 금융위원장에 대해서도 책임론을 제기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금융위가 국민행복기금 이외에 제대로 된 금융정책을 내놓은 것이 사실상 없다"며 "청와대에서조차 거부된 감독기구 재편 방안은 여전히 표류중이고 정책금융기관 재편 방안은 아직도 설왕설래중이다"고 질타했다.
또 그는 "산업정책이든 서민금융정책이든 찬반의 논란은 고사하고 금융위가 하는 일이 없다는 비판이 심지어 업계에서조차 제기되는 상황이다"며 "수수료 인상 논란 등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이번 최 원장의 발표도 금융위는 사전논의도, 사후검토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죽하면 금감원이 나서서 금융산업발전 정책을 대신 내놨다는 얘기가 나오고, 박근혜 정부 경제팀의 '무능'을 여야 모두 질타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겠냐는 것이 김 의원의 주장.
마지막으로 김 의원은 "대내외 금융불안 요인이 커지고 있고, 금융위기 재발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며 "이런 상황에서 금감원이 먼저 '규제완화'를 대안으로 제시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며 이는 정치적, 정책적 고려에 의해 감독이 왜곡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