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부터 영국계 로펌들이 국내 로펌과 업무연계를 통해 국내법 사무를 일부 처리할 수 있는 2단계 법률시장 개방조치가 이뤄졌지만 국내 진출 외국변호사에 대한 관리 제도가 허술해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 내년 3월부터는 미국계 로펌에 대한 2단계 법률시장 개방이 이뤄지게돼 외국변호사에 대한 제도적 보완책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로부터 외국법자문사 승인을 받아 대한변호사협회에 등록된 외국인 변호사는 50여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의 허가를 받아 대한변호사협회에 등록한 영·미 로펌 소속 서울사무소는 18개사에 이르고 로펌과 기업에서 자문역할을 하며 국내에서 활동 중인 외국변호사는 대략 1천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국내에서 활동 중인 외국변호사의 5%만이 대한변호사협회에 등록하고 법률 서비스에 종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현상은 외국 변호사들이 법무부에 외국법자문사로 등록하고도 대한변호사협회에 회원가입을 강제할 수 없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나타나고 있다.
법조계는 이로 인해 국내변호사들이 결과적으로 역차별 당하는 꼴이 되는데다 외국 변호사들에 대한 제도적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국내 변호사들은 법률 서비스를 하려면 대한변호사협회에 회원으로 등록해야 하며 대한변협은 회칙에 따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변호사들에 대해 불이익이나 강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법률시장 2단계 개방 시점부터 허용하는 국내로펌과 외국로펌의 공동 사건 처리 규정안을 둘러싸고 대한변협과 외국 로펌간 이견을 빚고 있다.
대한변협은 국내 로펌과 공동으로 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업무 제휴를 하는 외국 로펌에 사건을 처리한 국내 로펌측 변호사의 성명과 사안별 요지, 사안별 수임액, 양측간의 수익 분배 내역 등을 제출하도록 하는 규정안을 마련했다.
대한변협은 이같은 세부사항을 제출받아 검토하지 않을 경우 외국 로펌들이 국내 소형 로펌 등의 이름만 빌려 사건을 단독적으로 처리하는 편법 행위가 이뤄지더라도 이를 심사하거나 규제할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없다며 이 규정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외국 로펌들은 세부적인 내역까지 제출하라는 것은 영업비밀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나라에 진출하는 외국변호사들은 국내변호사와는 달리 의무적으로 대한변협 회원으로 가입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일본은 법률시장을 개방하면서 일본의 변호사협회 회원 가입을 의무화하고 있다.
지난 1987년 법률서비스 시장을 개방한 일본은 외국 변호사들의 체계적인 관리 등을 통해 법률시장 보호와 일본 토종 로펌의 전문화를 유도했고 시장개방에서 살아 남을 수 있었던 것으로 법조계는 풀이하고 있다.
일본에 처음 진출했던 슬라우터 앤 메이, 브라운 앤 플랫, 던 앤 클리처 등 세계적 로펌들은 일본 정착에 실패하고 모두 철수했고 일본 상위 10개 로펌 중 외국계 로펌과 합병해 운영하는 곳은 3곳뿐이다. 일본 변호사는 총 2만8000여명인데 외국 변호사는 300여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