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하는 물품에 대해 부과되는 관세(關稅).
관세는 국경을 드나드는 관문(關門)의 관(關)과 세금을 뜻하는 세(稅)가 합쳐진 것으로 말 그대로 국경을 넘나드는 물건에 대해 국가가 부과하는 세금이란 뜻이다.
대부분의 사람들도 관세를 이런 뜻으로 이해하고 있고, 이에 대해 이견을 다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관세를 영어로 풀이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관세는 영어로 'customs'로 표기되는데 이 단어는 원래 '관습'이란 뜻이다.
그렇다면 왜 관습이란 영어 단어가 한자와는 전혀 뜻이 다른 관세로 표기가 되는 것일까.
관세가 관습인 'customs'로 불리는 것은 옛날부터 행해진 '관습적인 지불'이란 뜻을 내포하기 있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관세는 일종의 통과세로 시작했는데, 이는 봉건주의가 지배했던 중세 시대 당시 영주들의 재정수입을 위해 만들어진 세금이었다.
가령 A지역에서 B지역을 지나갈 때 내야하는 세금으로 그 시대 사람들은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그래서 관세를 '관습적으로 내는 세금'으로 이해한 것이다.
이 때까지 관세는 내국세의 개념이었다.
하지만 근대국가가 들어서면서 내국관세는 점차 자취를 감추고, 그 대신 국경선을 통과하는 화물에 세금을 부과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지금 이해하고 있는 관세의 개념은 이 때 탄생한 것이다.
이 시기에는 농업에만 의존하던 나라들이 산업발전을 이루면서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골머리를 앓았다. 산업이 발전하고 무역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수지타산을 맞추기 위한 각 국가들의 눈치싸움은 치열하게 전개됐다.
그래서 탄생한 대표적인 사건이 1840년에 일어났던 '아편전쟁'이다. 차(茶) 문화를 즐겼던 영국인들은 중국산 차에 열광했고 영국은 중국과의 무역거래에서 늘 적자일 수밖에 없었다.
이에 영국은 중국에 아편을 수출하기로 하고, 중국인들을 서서히 아편에 중독되게 만들었다.
중국 입장에서는 자국민이 아편에 중독돼 생활이 점점 피폐해지고 은이 유출되는 등 피해가 심각해지자 임칙서라는 관리를 파견해 아편을 불태워버리고 아편 밀수업자를 처형했다. 그래서 발발한 것이 아편전쟁이다.
이처럼 각 국가들은 고관세 정책을 통해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려고 했고 관세는 국경을 통과하는 물건에 대해 부과하는 세금 이상의 의미를 가지게 됐다.
고관세가 득세 했던 시기는 1930년대 미국의 대공황 시기로 각국은 고관세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다가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다.
각국은 이전과는 다른 경제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1948년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이다. 이후 GATT는 케네디라운드, 도쿄라운드, 우르과이라운드(UR) 등을 거치면서 지금의 세계무역기구(WTO)의 근간이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