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지방세법은 장애인이 구입하는 자동차에 대해서는 취득세 및 자동차세 등을 면제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 장애인은 물론, 주민등록표상 장애인과 함께 거주하는 것이 확인된 보호자 1명과 공동명의로 등록된 차량 1대에 대해 취득세 및 자동차세를 면제해주고 있죠.
하지만 이 같은 제도의 허점을 노려 탈세를 시도하는 이들 때문에 사망, 해외이민 등 부득이한 사유 없이 1년 이내에 소유권을 이전하거나 세대를 분가하면 면제된 취득세를 추징하도록 하는 보완책이 마련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다소 복잡할 수는 있겠지만 장애인이나 장애인의 가족이라면 차량구입 시, 이 같은 규정을 반드시 숙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불공평한 삶을 짊어진 누군가에게 혜택을 주고 안정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이 법의 취지지만, 정해진 틀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법은 가혹하리만큼 냉정하기 마련입니다.
□ A씨 부부 사건의 '전말' = 납세자 A씨의 부인 B씨는 10년 전 지체장애3급 판정을 받았습니다. A씨와 B씨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남부럽지 않은 금슬을 자랑하는 '잉꼬부부'였죠.
하지만 오랜 장애로 쇠약해진 B씨가 올해 초 알츠하이머, 이른바 '치매'라 불리는 병을 진단받게 되고, B씨는 어쩔 수 없이 약물치료와 요양을 위해 노인요양시설에 입소하게 됐습니다.
아내와 떨어져 지내야한다는 생각에 시름에 빠진 A씨. 얼마 후 생각지도 않았던 과세관청의 세금철퇴에 그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게 됩니다.
지난해 11월 A씨는 자동차를 취득하면서 부인 B씨와 공동명의로 차량을 등록해 취득세를 면제받았는데, 3개월 만에 B씨의 소재지가 요양시설로 변경됨에 따라 문제가 불거진 것입니다.
현행세법에 따라 차량취득 후 1년 이내의 세대 분리로 판정받아 면제받았던 취득세를 도로 내게 된 A씨 부부. 치료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며 과세관청의 처분에 불복, 심판청구를 제기했습니다.
□ 부득이한 사유?…"선택에 의해 요양한 것" = A씨 부부는 심판원에 "자동차를 공동명의로 신규등록한 후 B씨가 올해 초 치매, 뇌졸중, 고혈압으로 병세가 악화돼 요양원으로 주소를 이전 한 것은 질병치료 및 요양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이 같은 사유로 인한 세대 분리는 지방세특례제한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부득이한 사유'에 해당하므로 과세관청의 이번 처분은 부당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과세관청은 "A씨 부부와 같은 경우 세법에서 말하는 '부득이한 사유'에 해당 되지 않는다"며 "취득세를 추징한 처분은 정당하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심판원 역시 사실관계와 규정을 살핀 결과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긴 힘들다고 판단했습니다.
심판원은 "A씨 부부가 질병치료 및 요양 목적으로 부득이하게 요양시설로 세대 분리됐기 때문에 '부득이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부득이한 사유란 사망·혼인·해외이민·운전면허 취소 등 국내에서 더 이상 운전을 하지 못할 사유를 가리킨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B씨가 노인요양시설에 입소하면서 세대분가를 하게 됐더라도 이는 관계법령에서 강제하고 있는 사항이 아니라 A씨와 B씨의 선택에 의해 주소지를 이전하는 것에 해당, 부득이한 사유에 해당된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과세관청이 자동차 등록일로부터 1년 이내에 세대 분리한 A씨 부부에게 취득세를 부과한 것에는 달리 잘못이 없다"고 결정했습니다.
[참고심판례 : 조심2013지05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