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증권가에 돌풍을 일으켰던 PB(private banking)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PB는 재무 설계 전문가가 은행이나 증권사 고객의 자산 관리를 1대1로 맡아주는 서비스이다.
위탁매매 수수료에 의존하던 증권사들이 새 수익 모델을 찾기 위해 자산 관리로 눈을 돌린 지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금융 위기와 증권업 침체가 계속되며 이마저 여의치 않은 모습이다.
이 때문에 증권사들은 기존의 거액 자산가, 이른바 VVIP들에 한정했던 PB를 일반 고객에게 넓혀가고 있다.
일반 고객과의 차별화된 고급 서비스를 마케팅 수단으로 삼았던 증권사들이, 이제는 PB를 보편화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S증권사는 PB 고객 모집을 위해 전화 마케팅을 시작했다. 매달 10~20만원씩 적립식 펀드에 투자하는 평범한 직장인들에게도 PB를 추천하고 있다.
이 증권사 직원은 "고객이 상담을 한번 받아보고 싶다고 하면 원하는 시간, 원하는 장소로 자산 관리 전문가가 출장을 간다. 자택이나 회사에도 직접 방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산 관리 전문가들은 국내 주식시장 추이뿐 아니라 아시아, 선진국의 증시 상황, 최근 수익률이 높은 펀드를 비롯해 신규 파생 상품, 절세 방법까지 자세하게 설명한다.
한 시중은행 PB 팀장은 "과거 금융회사들은 최소 1억원, 많게는 10억원 이상의 자산을 맡긴 VVIP들을 PB 고객으로 유치했다"며 "PB가 부자들의 전유물처럼 인식됐었는데, PB 시장이 침체하면서 약간의 변화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는 증권사 실적과도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세계적인 경기 둔화로 증권가는 유례없는 불황을 겪고 있다. 증권사 매출은 글로벌 금융 위기가 발생한 2008년 수준으로 급감했다.
지난해 증권사의 순이익은 1조2408억원을 기록, 1년 만에 43.9%가 줄어들었다. 4곳 중 1곳은 적자를 냈으며, 손실 규모는 2907억원에 달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인구 고령화가 빨리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산 관리 서비스는 증권사들의 새로운 수익 모델이 될 수 있다"면서 "기존의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을 벗어나 영업 체질을 바꿔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