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10곳중 4곳 "저금리 최대 5년 지속될 것"
사업다각화 보다는 핵심사업 역량 집중 추진
저금리의 장기화로 인한 영업환경 악화로 국내 금융사 10곳 중 7곳은 '곡소리'를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들 금융사들은 저금리 시대가 향후 5년간 지속될 것이라는 암울한 예상을 내놨으며, 외형 확장이나 사업다각화 보다는 핵심사업에 집중하며 위험 관리에 초점을 맞추는 전략을 구상하고 있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금융사 205개사를 대상으로 '저금리시대 장기화에 따른 국내 금융사의 대응전략'을 조사한 결과 응답기업의 65.4%가 '저금리로 수익성이 악화됐다'고 답했다고 13일 밝혔다.
이어 '별 차이가 없다'는 답변은 26.3%였으며, '수익성이 개선됐다'는 응답은 8.3%에 불과했다.
업태별로 살펴보면 신용카드사의 100%가 '수익성이 악화됐다'는 답변을 내놔 가장 많았다.
이어 저축은행(85.4%), 은행(77.3%), 자산운용(72.2%), 증권(70.0%), 보험(56.8%) 등의 순이었다.
권혁부 대한상의 금융세제팀장은 "신용카드사들이 수익성 악화에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인 이유는 세법쪽에서 보면 소득공제가 지속적으로 축소되며 전체적인수익이 급감하고 있는 영향 때문이다"며 "특히 전업카드사들의 타격이 큰데 체크카드로 빠른 속도로 바뀌며 수익을 내기가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신용카드 공제율은 올해 초 20%에서 15%로 하향조정된데 이어 최근 세법개정안을 통해 다시 한번 10%로 하향조정이 예고된 바 있다.
신용카드의 소득공제율은 10%로 낮아지는데 반해 체크카드의 소득공제율은 현 수준인 30%를 유지됨에 따라 체크카드 경쟁력이 낮은 삼성·현대·롯데 등 기업계 전업카드사의 고전이 예상되고 있다.
저축은행의 경우는 대대적인 구조조정 이후에도 별다른 수익모델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가뜩이나 저금리의 여파는 상대적인 고금리 예금으로 고객을 끌어 올 수 있는 동력마저 잃게 했다.
은행의 수익성도 갈수록 내리막이다. 은행권의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은 2010년 2.32%에서 올해 2분기 1.88%까지 하락했다.
증권업도 주식거래대금 감소로 증권업종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등 저금리의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대한상의는 "대내외 경제여건이 크게 개선되지 않는 가운데 저금리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금융업 전반의 각종 수익지표들이 점점 악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금융사들은 저금리 기조 장기화에 따른 위기요인으로 '자금운용처 부족으로 인한 수익성 저하'(54.6%)를 꼽았다. 한마디로 돈을 굴려 수익을 낼만한 곳을 찾기 어렵다는 호소다.
이어 '수수료 인하 등 가격경쟁에 따른 영업환경 악화'(27.3%), '시장성장성 정체'(13.2%), '금융소비자 보호정책 강화'(4.9%) 등이 뒤를 이었다.
이 같은 저금리 시대의 장기화로 금융사들의 사업전략에도 변화가 오고 있었다.
금융사들은 사업전략 변화를 묻는 질문에 '위험 최소화를 위해 보수적으로 자금운용을 한다'(42.0%)는 답변을 우선적으로 내놨다. 하지만 '낮은 조달금리를 활용해 자산 및 수익확대전략을 구사한다'는 답변도 30.7%나 됐다.
현재 진행중인 주력사업 형태로는 대다수의 기업이 '핵심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68.3%)고 답했으며, '사업다각화나 겸업화를 확대한다'는 답변은 13.2%에 그쳤다.
금융사에서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3% 이하인 경우를 저금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현재 기준금리는 연 2.50%로 지난 5월 이후 3개월째 동결중이다.
저금리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이냐는 물음에 '최대 5년 가량 지속될 것'이라는 응답이 40.0%로 가장 많았고, '5년 이상 장기간 지속될 것'과 '향후 고금리 시대로의 전환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답변도 각각 24.4%와 23.4%에 달했다.
저금리 장기화에 따른 대응책으로는 '신상품 개발, 해외시장 진출 등을 통한 수익구조 다양화'(64.1%), M&A 등을 통한 '신규 사업분야 진출'(22.1%), '협력형태 다변화'(9.9%), '유통채널 확대'(3.8%) 등을 꼽았다.
전수봉 대한상의 조사1본부장은 "앞으로도 저금리기조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있어 금융사들의 적정이윤 확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금융사들은 핵심역량 강화를 위해 힘쓰는 한편 수익다변화 및 비용절감 등 이윤창출을 위해 노력하고, 금융당국은 불필요한 시장개입을 자제하고 규제완화, 선진 인프라 도입 등 창조금융 발전을 위한 대책 마련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