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스 갭(Tax Gap) 도입 긍정적…장기과제 추진 가능성
26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2013년 국세행정포럼'에 참석한 각계 전문가들은 발표된 내용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이날 본격적인 토론에 앞서 ▲역외은닉소득 양성화를 위한 자진신고제 도입 ▲택스 갭(Tax Gap) 도입논의 ▲국세행정 조직개편안 등 크게 3가지 주제의 보고서가 발표됐다.
우선 역외은닉소득 양성화를 위한 자진신고제도 도입방안과 관련, 전문가들은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찬성과 반대의견이 교차한 가운데 신중한 접근을 주문하는 의견도 나왔다.
송재현 한국공인회계사회 국세연구위원장은 "신고대상자들이 자신신고를 미루는 가장 큰 이유는 5년에서 많게는 10년치 세금 일시납부 부담이 있기 때문"이라며 "그동안 과세행정권이 역외소득에 미치지 못한 부분이 많았던 점을 고려, 제도권으로 끌어오기 위해 가산세 감면 외에도 본세 감면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원경희 한국세무사회 부회장도 "역외은닉소득을 135조 복지재원 확보를 위해 단기적으로 접근해선 안된다"며 "단기간에 파악하기 어려운 만큼 우선 자발적 신고제를 도입해서 납세자 자진신고를 유도하고 그 과정에서 인센티브를 주는 내용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특히 그동안 신고가 밀린 부분에 대한 가산세 감면 외에도 최대 3년 치 이상의 세금을 한도로 본세를 일부 감면해 주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반면 역외소득 자진신고제는 아직까지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나왔다.
김유찬 홍익대 교수는 "자진신고제 도입에 앞서 현재 시행 중인 해외계좌신고제도가 적정한지 살펴보고 좀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현재 신고대상 기준금액이 10억원인데 이는 미국(1만불), 일본(5000만엔) 등 선진국과 비교할 때 기준선이 낮고 관대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당국자들 사이에서도 온도차가 감지됐다. 세제당국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 강했으나, 세정당국은 좀 더 전향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문창용 기획재정부 조세정책관은 "역외은닉소득 양성화 문제는 과거 해외금융계좌 신고제 도입과정에서도 논의된 내용인데 결국 중장기 과세로 넘겼던 부분"이라며 "제도도입 자체를 반대하지 않지만 최근 해외금융계좌 신고제가 더욱 강화되는 추세이고 법 개정으로 내년부터 형사처벌까지 가능해진다는 점에서 도입 시기는 좀 더 검토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연근 국세청 국제조세관리관은 "자진신고제가 성공하기 위해선 신고유인을 위한 강력한 압박수단이 있어야 하는데 이게 안 된다면 효과적인 인센티브를 부여해야 한다"며 "최근 국세청 문의사항이 탈루세액 문제는 물론 추가적인 형사처벌을 별도로 묻는지 여부인데 그런 측면에서 사회적으로는 충분히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김 관리관은 "가장 큰 문제는 형평성 문제인데 자진신고제 도입이 장기적으로 납세순응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인지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역외소득 접근의 한계점과 역외재산 국내유입에 따른 과세기반 확대, 이로 인한 경제활성화 효과를 고려하면 한번 도입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택스 갭 문제와 관련한 의견도 제시됐다. 대체로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해 긍정적인 반응이 나왔지만, 들어가는 인력과 시간을 고려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제도개편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시됐다.
새누리당 안종범 의원은 "세무조사 대상 선정과 조사기업에 활용되는 기초가 택스 갭이라는 지적을 해왔는데 이와 관련 현재 여야 의원 모두 많이 공감하고 적극적으로 연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가능하면 업종별, 지역별 탈세규모 추정을 통해 향후 납세자가 세무조사를 받을 때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이인영 의원은 "택스 갭 분석을 통한 투명성 확보도 중요하지만 이에 앞서 국세청이 더 많은 정보를 공개하면 세금을 더 내셔야 할 분들이 제대로 내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다"며 "조세형평성 문제 외에도 세금의 역진성, 누진성 문제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윤태화 한국세무학회 회장(가천대학 경영대학 회장)은 "탈세규모 추정작업은 어느 분야에서 어느정도의 탈세가 이뤄졌는지 파악하는 것으로 지하경제 양성화를 제대로 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다만 현실적 여건상 미국식으로 전 세목을 대상으로 하는 것보다 영국식의 전체적인 추정방식으로 하되, 시작단계에서는 2년 주기로 발표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국세청 조직 개편방안 및 세무직렬 이원화(행정직, 조사직)에 대한 의견도 제시했다.
국세청 조직을 현행 세목별 조직에서 업종규모별(대기업-중견기업-중소기업)로 나누는 문제에 대해선 찬성하는 의견도 있었으나 현실적 조직운영 여건상 어렵지 않겠냐는 반대론도 제기됐다. 또한 세무직렬 이원화 문제는 역으로 전문성을 해칠 수 있다는 반대의견도 제기돼 주목을 끌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