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졸속 밀실행정" 반발…정치권도 반대 목소리 거세
정책금융개편에 대한 정부의 최종안이 발표됐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잡음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9월 정기국회가 시작된 지 사흘이 지났지만 국회 및 관련기관 내에서도 이견이 속출하는 등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정책금융공사를 KDB산업은행으로 흡수시키고, 선박금융공사 설립을 보류하는 내용의 '정책금융개편안'을 지난달 27일 발표했다.
정금공 노동조합은 개편안 발표 직후 성명을 통해 정책금융개편을 '졸속 밀실행정의 산물'이라고 비난한데 이어 5일 "산은과의 통합은 국내 경제회복과 중소기업 지원 강화에 역주행하는 처사"라며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노조 관계자는 "산은 민영화는 국내 금융산업 발전 및 정책금융 선진화를 위해 여야합의에 따라 국회에서 최종 결정된 지난 정부의 주요정책"이라며 "민영화가 중단되는 경우 우리 정부의 대내외 정책 신뢰도는 크게 저하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민영화 추진을 손바닥 뒤집듯 무효화하는 것은 정부의 신뢰저하를 불러일으켜 해외투자자를 통한 외자조달 및 국내투자 활성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관계자는 "향후 입법과정에서 정책 수요자 및 이해관계자 등의 찬반논란이 제기돼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재경 새누리당 의원(경남 진주을)에 따르면 산은은 민영화 추진비용으로 약 706억원을 소모했다. 또 정금공이 분리된 이후에도 공사 운영에 따른 비용이 1820억원에 달했기 때문에 두 기관을 다시 통합하면 천문학적인 매몰비용이 발생한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김정훈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장(새누리당, 부산 남구갑)도 같은 날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정부가 발표한 정책금융 체계 개편안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는 입장을 전했다.
대통령 공약으로 내세운 선박금융공사 설립을 해양금융종합센터로 대체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는 것.
김 위원장은 "정부가 선박금융공사를 설립하는 것에 대해 WTO 규정 위반이라는 이유로 반대하지만, 정부안이 일방적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선박금융공사 설립이 안 되면 정금공을 부산으로 보내 정책금융을 담당하는 부서로 만드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정금공이 해양금융을 해 본 적이 있느냐"고 일축하며 뚜렷한 입장 차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내놓은 방안이 생각보다 거센 반발에 부딪쳐 원안대로 통과되기는 어려워 보인다"면서 "더구나 정부입법은 시행되기까지 시일이 오래 소요돼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의원입법의 방법으로 발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국회가 정부안을 통과시켜줘야 하는데 정무위원장의 반대가 발목을 잡을 것"이라며 "현재까지 김 위원장 혼자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비슷한 입장을 가진 의원들이 좀 더 모여야 수월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