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좋은 정책이면 뭐합니까. 정작 이용해야 할 사람들은 정보를 접하거나 스스로 알기가 어렵습니다. 저희 복지관에 있는 노인들은 빈곤, 장애, 질병을 겪으면서 과도한 빚에 시달리는데 관공서에서 온 우편물도 제대로 이해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강정아 남원사회복지관 부장(사진)은 올해로 15년째 사회복지사를 하고 있다.
강정아 부장이 최근에 만난 한 중년의 상담자는 가정형편이 어려운 상황에서 자녀교육 때문에 고금리 대출 받았다고 한다. 결국 상환을 못해 빚 독촉을 받고 있기에 국민행복기금을 신청해보면 어떠냐 추천했더니 전혀 모르고 있어 놀랐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정부가 경제적 약자들의 자활을 돕고 경제활동을 유도하기 위해 서민금융제도를 지원하고 있지만, 이를 이용하는 계층은 정보를 접하기 쉬운 젊은 층이나 대도시 시민들로 한정되는 것이 문제이다.
강정아 부장은 "젊은 층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스스로 잘 알고 제도의 혜택을 누리지만, 교육수준이 낮은 고령층은 집에 온 우편물조차 이해하기 어렵다"며 "90세 넘은 분들이 고지서를 들고 와서 이게 무슨 내용이냐고 두려워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그는 "현장에서 일하며 안타까운 건 우리가 더 자세하게 알았으면 상담할 때 도움이 되고 (정부와 서민층 사이의)통로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저희도 사실 금융에 관해 모르는 것이 훨씬 많거든요. 막연하게 국민행복기금 상담을 받아보라고 권하지만, 어디에서 어떻게 신청해야 할 지 자세하게 알지 못하니까 어려움이 많아요. 한국사회복지사협회 같은 기관에서 금융 교육을 해주면 서민금융제도를 안내할 때 훨씬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강정아 부장을 만난 6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신용회복위원회 등 정부기관의 고위 관계자들은 남원시청의 서민금융센터를 방문해 일선 현장의 고충을 듣기도 했다.
신제윤 금융위 위원장은 "일선 현장에서 사명감을 갖고 일하는 분들을 뵙고 나니 많은 감동을 받았다"며 "서민금융이 양적 지원에서 더 나아가 질적 지원으로 개선되도록 노력해나가겠다"고 전했다.
박병원 국민행복기금 이사장은 "한 분이라도 더 혜택을 볼 수 있도록 나름대로 열심히 홍보했다고 생각했는데, 사회복지사들의 열정에 비하면 부족함이 많았다"며 아쉬워했다.
박 이사장은 "앞으로 전화나 이메일을 통해 알리는 것뿐만 아니라 서민층을 직접 대면하고 설득해 더 많은 분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