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증여세 납부하자마자 공정거래법 과징금 부과
정부와 여당이 일감몰아주기에 대해 공정거래법에서도 규제하는 방향의 입법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확고하게 밝히자 재계가 망연자실하고 있다.
재계는 새누리당이 기업의 입장을 반영해 줄 것으로 기대했으나 공정거래위원회가 마련한 일감몰아주기 규제강화 시행령 원안을 그대로 유지할 방침이라고 밝힘에 따라 기업활동이 위축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일감몰아주기를 공정거래법 상의 불법으로 규정할 경우 주주들과의 다툼으로까지 비화될 수 있어 기업이 입는 손실은 상상을 초월하게 된다"며 "몇몇 대주주의 편법 증여행위를 막으려다 우리 경제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공정위가 준비중인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은 기업총수가 30%(비상장사는 2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와 정상가격 보다 7% 이상의 가격으로 연간 50억원 이상 거래한 행위를 불공정행위로 규정하고 해당 기업에 대해 과징금 부과 등 위법행위에 따른 조치를 취한다는 것이다.
일감몰아주기 관련 기업 관계자는 "경영권 때문에 당장 지분을 뺄 수도 없고 계열사의 종업원과 하도급업체들 때문에 거래를 줄일 수도 없다"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현실을 설명했다.
그는 또 "회사가 힘들때 대주주에게는 배당을 하지 않았는데 증여세 납부로 이제는 대주주에게도 꼬박꼬박 배당을 해야할 판"이라며 "여기에 회사가 과징금을 맞게 되면 배당압박에 과징금까지 물어 회사가 더욱 힘들어 질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조세ㆍ법률 전문가들도 동일한 행위에 대해 이미 세금을 징수했는데 불공정행위 과징금을 또 부과하는 것은 중복 규제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법무법인 화우의 전오영 변호사는 "입법 목적이 다르고, 법 적용 대상도 다르긴 하지만 현실 여건을 감안할 때 하나의 행위에 대한 중복규제라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것"이라고 설명한 뒤 "무엇보다 오랫동안 반복된 행위에 대해 갑자기 규제를 하면 경영의 예측가능성이 떨어져 기업들이 더욱 힘들어 질 것"이라고 의견을 피력했다.
■ 불법으로 규정할 경우 법인세법, 상법 등에도 줄줄이 적용될 수 있어
이번 공정거래법에서 일감몰아주기를 불공정행위로 규정한 것에 대해 기업들은 과징금을 납부하는 것 이상의 충격이 주어질 것을 걱정하고 있다.
일감몰아주기를 불법이나 편법으로 규정할 경우 여타 법에 의해서도 위법한 행위가 되어 그 영향이 일파만파로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공정거래법에서 불공정행위로 규정하게 되면 일감몰아주기가 불법ㆍ편법 행위가 되어 법인세법상의 '부당행위계산 부인'이나 상법의 '이사의 회사자산 유용 및 배상책임'에도 적용될 수 있어 세금 추징은 물론 주주들과의 갈등도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현행 법인세법에는 특수관계인간에 정상가격 보다 높거나 낮은 가격으로 거래한 경우 이를 비정상 거래로 보고 양쪽 법인 모두에게 법인세를 부과하고 있다.
상법에서는 회사의 이사가 회사의 기회나 자산을 유용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경우 1% 이상의 주주들은 이사에게 배상을 추궁하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돼있다.
대부분의 일감몰아주기가 상장사인 모기업이 계열회사에 일감을 주는 형태여서 규모가 큰 상장회사의 경우 수만명의 주주와 회사에 손해를 입혔는지 여부를 가리기 위한 공방을 벌이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업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공정거래위원회는 단호한 입장이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증여세와 달리 공정거래법에서는 대기업집단과 비정상적인 거래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총수일가의 사익편취를 선별해 규제하는 것"이라고 설명한 뒤 여타법과의 중복규제 논란에 대해서도 "불법행위를 했을 때 형사적으로 민사적으로 모두 책임을 져야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며 사전에 모든 법률 검토를 끝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마련된 공정거래법 시행령은 내년 2월 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