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조사 투명성 강화를 위한 토론회는 그야말로 국세청에 대한 성토의 장이었다. 세무조사 대상 선정기준이 애매모호하고 조사기간 등을 비롯한 세무조사 절차, 정보 비공개 문제 등을 비롯해 국세청 세무조사가 납세자의 권익을 침해한다는 비판이 토론 내내 쏟아졌다.
새누리당 안종범 의원은 25일 국회에서 새누리당 이만우 의원과 한국경제학회 주최로 열린 '세무조사 투명성 강화 방안' 토론회에서 "국세청과 관세청이 업무를 수행하면서 얻은 취득정보를 서로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공개한다면 납세자들도 100%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세무조사 대상 선정도 객관화해야 한다. 세무조사를 당했을 때 억울하지 않아야 하고, 왜 하필 이 시점에 하느냐는 생각도 들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취득한 정보를 활용해 조사 대상을 자동으로 선정하는 프로그램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겸 바른사회시민회의 운영위원은 "조사 대상을 선정할 때 조사대상선정심의위원회에서 351개 평가지표를 활용해 정밀하게 분석해 선정하는데 이것이 사실 어떤 항목으로 구성됐는지 알 수가 없다"며 "이 정보를 공개했을 때 탈세 등 부정행위를 한다는 우려도 있지만 부정요인 때문에 공개를 안 하겠다는 것은 행정이 불친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어느 제도나 장단점은 항상 공존하는 것인데 단점이 있다고 해서 안 한다기 보다는 절충안을 찾는 것이 맞다"며 "세무조사의 불확실성이 높으면 경제활동을 위축시킨다. 정보공유 수준을 높여야 하고, 적은 비용으로 편하게 조사하고 조사받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영기 국세청 조사국장은 "조사대상을 선정하는 기준은 이미 국세기본법에 명쾌하게 정의돼 있고 공개할 수는 없지만 규모별로 세무조사 기간을 규정해놓고 세무조사를 진행한다"고 맞불을 놓았다.
김 국장은 "현재 세무조사 비율이 낮은 상태에다가 신종파생금융상품과 조세피난처를 이용한 탈세수법이 선진국보다 지능화 돼 있어 국민들이 엄정한 법 집행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상황"이라며 "그런데 조사절차를 과도하게 공개하면 반사회적이고 악질적인 탈세자에 대해 규제하는 것이 느슨해 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세무조사 통한 복지재원 조달은 큰 오산" vs "언론보도 탓"
무엇보다 가장 많이 질책이 쏟아진 대목은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복지재원 조달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현 정부 들어 세무조사가 복지재원 마련 때문에 강조되고 있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세무조사는 원칙적으로 지도적·계도적이어야 한다. 앞으로 이렇게 하지 말라는 경고하는 것이 세무조사"라고 지적했다.
안 교수는 "김덕중 국세청장과 현오석 기획재정부 장관이 인사청문회 때도 세무조사를 통해 복지재원을 마련하겠다고 했다"며 "이것이 세무조사라는 본질적 의미에 맞는 것이냐. 세무조사는 조세공평 차원에서 강해야 하지만, 성실납세자에 대해선 유연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종범 의원은 "세무조사를 통해서 재원조달을 하겠다는 생각은 큰 오산"이라며 "이제는 기존방식으로 세무조사를 해서 더 걷을 수 있는 세금은 많지 않다. 세무공무원이 나가서 입회조사를 하고 특별 세무조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를 제때 획득해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영기 국장은 "세무조사는 세무신고의 성실성 검증을 위해 실시하는 것이지 세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실시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금년 상반기에 여러 언론이 그렇게 보도해서 확대재생산 되는 것"이라고 언론에 화살을 돌렸다.
"국세청, 외부 감시감독 필요" vs "감사원 감독 받고 있다"
세무조사를 수행하는 국세청에 대한 감독도 진행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정의당 박원석 의원은 "세무조사에 대한 외부의 감시·감독이 필요하다"며 "세무조사 사후검증기관이 독립적으로 설치돼야 한다. 세무조사의 전 과정이 부정부패에 노출돼 있다. 엄격한 기준을 가지고 세무조사에 대한 사후감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안창남 교수도 "미국은 세무조사의 적정성과 세무조사권 남용을 끝까지 추적할 수 있는 제3의 견제기관이 있다"며 "하지만 우리는 세무조사를 해놓고 실제로는 징세액이 없거나 대법원에 가서 패소한 것도 있다. 그런데 국세청이 책임졌다는 것을 들어본 적이 있느냐"라고 힘을 보탰다.
이에 김영기 국장은 "조사대상을 선정하는 기준은 이미 국세기본법에 명쾌하게 정의돼 있다"며 "이를 공개할 수는 없지만 규모별로 세무조사 기간을 규정해놓고 세무조사를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감사원에서 국세청을 365일 감사하는데 감사의 상당부분을 세무조사 대상 선정이 공정했느냐에 할애한다"며 "국세공무원이나 국세청이 임의로 조사대상을 선정했을 때, 그 파급력(후폭풍)을 생각한다면 절대 그렇게 임의적으로 선정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