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 전문가들은 세무조사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납세자들의 세무조사 예측가능성을 높이고 조사대상 선정기준이 명확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25일 국회에서 새누리당 이만우 의원과 한국경제학회 주최로 열린 '세무조사 투명성 강화 방안' 토론회에서 "기업들이 언제쯤 세무조사를 받는다는 내용을 법에서 규정해 납세자들이 예측가능하게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교수는 "우리나라 세무조사의 대부분 규정은 '해야겠다'거나 '할 수 있다'거나 하는 선언적인 것이 많다"며 "현재 공개되고 있진 않지만 세무조사 규정을 보면 구체적인 내용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포스코를 왜 세무조사 하는지 모르겠지만, 이를 둘러싸고 여러 불미스러운 말이 나오는 것은 조사대상 선정이 불명확하기 때문"이라며 "포스코는 2005년과 2010년에 5년 단위로 정기 세무조사를 받았는데 지금 세무조사를 하는 것은 정기가 아니라 특별 세무조사"라고 말했다.
세무조사 통보방식과 관련해선 "우리는 납세자에게 팩스 한 장 보내는 것이 끝이지만, 프랑스는 세무조사 통지서가 5장이다. 또 직접 기업에 찾아가 왜 조사대상으로 선정됐고 세무조사는 어떻게 진행되며 조사기간이 불편하면 바꿀 수 있다고 설명한다"며 "이를 듣고 납세자가 서명을 하면 조사를 한다. 이 절차를 지키지 않으면 그 세무조사는 무효가 된다"고 설명했다.
안 교수는 "왜 내가 세무조사를 받는지 선정 기준을 납세자가 확인하고 기준이 명확하지 않는다면 이의제기를 하는 권리가 부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기용 인천대 세무회계학과 교수(한국납세자연합회 회장) 역시 "납세자 입장에선 세무조사를 하면서 영업의 연속성, 지속성, 권익 등을 침해받을 소지가 있어 절차적 과정의 정당성이 확보돼야 한다"며 "과세당국과 납세자가 상충될 때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보장할 특별한 규정이 있어야 한다"고 동조했다.
'세무조사 기본법' 제정 제안…"간접세무조사 유도해야"
이번 토론회에서는 납세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세무조사 기본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형성, 사람들의 공감대를 얻었다.
홍 교수는 "일반 세무조사는 국세와 관세, 지방세에 따라 각각 규정하는 등 과세권자 중심으로 돼 있어 납세자가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납세자의 권익이 침해될 소지가 있다"며 "일반 세무조사 절차 등과 관련해 통합적이고, 기본적인 내용이 포함된 '세무조사 기본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내국세와 관세, 지방세를 보면 70%는 조문이 똑같다. 이런 것들은 하나로 묶어 단순화시켜 납세자들이 알아듣기 쉽게 하면 예측가능성이 있어 좋다"며 "각 세금별 특성을 반영해야 할 내용은 각 개별세법에서 규정하는 방안이 있다"고 설명했다.
새누리당 이만우 의원은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재량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법치행정의 원리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재정안정화 기능을 저해하고 세무비리 유발 등의 부작용을 초래한다"며 "체계적인 법제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세청 훈령에 의존한 재량적 세무조사는 국민의 경제활동과 재산권에 중대한 제한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납세자는 추상적인 국세청의 훈령 가지고는 불안하다. 세무조사를 받긴 하되, 절차적 정당성이 필요하다"며 "제3의 기관인 국회의 관리감독보다는 법률로서 이를 해야 하지 않느냐. 이것이 바로 세무조사 기본법"이라고 말했다.
한정된 인력으로 수 많은 기업들을 세무조사하는 것이 사실상 힘들기 때문에 직접 세무조사라는 수단 이외에 다른 방법도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홍 교수는 "세무조사는 현재 대형법인의 1% 정도만 받고 있는데, 2만명인 국세청 직원을 두 배로 늘려도 조사를 하는데는 한계가 있다"며 "현재 개인사업자에 대해 성실신고확인제도를 시행하는데, 이를 법인까지 확대해 법인들이 외부회계감사를 받으면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세금이 2조5000억원 더 들어오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세무조사는 꼭 직접 세무조사에 의존하지 말고, 간접 세무조사를 받도록 유도해 세원의 투명성을 높이는 입법화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