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조사 기준 외부공개, 탈세 조장"
"조사시기·대상 선정 기준 명확하다"
세무조사 대상 선정 기준과 절차 등을 법으로 규정하자는 국회와 학계의 주장에 대해 국세청이 "탈세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영기 국세청 조사국장은 25일 국회에서 새누리당 이만우 의원과 한국경제학회 주최로 열린 '세무조사 투명성 강화 방안' 토론회에서 "(세무조사 기준·절차를) 과도하게 법으로 규정하면 세무조사의 적정성보다 절차적 적정성 문제에 논란이 집중돼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김 국장은 "납세자의 규모와 관계없이 획일적으로 세무조사 기간을 법으로 제한하면 세무조사 자체를 시행하기 어렵다"며 "역외탈세는 해외와 정보교환도 해야 하고, 금융추적조사도 해야 하는데 조사기간을 특정한다면 세무조사의 탄력성이 줄어들어 조사가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지능적 탈세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도 어렵다"며 "법안을 제정하는데 신중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무조사 대상 선정 기준과 세무조사 절차를 외부에 공개해 납세자의 권익을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선 "탈세를 조장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을까 우려가 된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김 국장은 "현재 세무조사 비율이 낮은 상태고 신종파생금융상품과 조세피난처를 이용한 탈세수법이 선진국보다 지능화 돼 있어 국민들이 엄정한 법 집행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상황"이라며 "그런데 조사절차를 과도하게 공개하면 반사회적이고 악질적인 탈세자에 대해 규제하는 것이 느슨해 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조사대상을 선정하는 기준은 이미 국세기본법에 명쾌하게 정의돼 있고 공개할 수는 없지만 규모별로 세무조사 기간을 규정해놓고 세무조사를 진행한다"며 "감사원에서 국세청을 365일 감사하는데 감사의 상당부분을 세무조사 대상 선정이 공정했느냐에 할애한다. 국세공무원이나 국세청이 임의로 조사대상을 선정했을 때, 그 파급력(후폭풍)을 생각한다면 절대 그렇게 임의적으로 선정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세무조사 대상자의 성실도를 검증하는 평가요소를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과 관련해선 "업종마다 재무제표 양식이 달라 국세청에서는 기업들에게 양식을 통일해 재무제표를 제출하게 하고, 그것으로 프로그램을 가동해서 분석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 한 언론에서 접대비 항목이 높으면 세무조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된 이후, 기업들이 접대비 항목을 대폭 줄이고 기타항목으로 분산시켰다"며 "이런 이유 때문에 어느 나라도 이를 공개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정기 세무조사 대상의 조사시기가 공정하지 않단 지적에 대해선 "대형법인은 5년 주기로 순환조사를 하는데, 조사시점으로부터 5년이 아니라 조사 대상으로 선정된 사업연도를 기준으로 한다"며 "예를 들어 2000년도에 조사 대상으로 선정됐어도 여러 사정상 조사 착수 시기가 2003년이 된 기업이 2006년에 또 세무조사를 받는다고 해서 3년 만에 조사가 진행된다고 보면 안 된다. 조사대상 선정은 5년마다 선정됐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