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그룹의 일거수일투족에 금융권의 초점이 맞춰진 한 주였다.
유동성위기를 맞은 동양그룹이 친족기업인 오리온의 담철곤 회장에게 요청한 자금지원이 거부되면서 사실상 자회사 매각을 통한 자금마련에 나설 것이 확실시 됐기 때문.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동양그룹 금융계열사들은 고객들의 동시 자금인출 앞에 떨게 됐다.
동양증권 등 금융계열사 영업점에는 상품을 해지하려는 손님들로 인산인해를 이뤘고, 동양으로부터 빠져나온 고객을 유치하려는 금융사들끼리의 아귀다툼이 증권가의 화제 거리가 되기도 했다.
한편 은행권에선 우리금융 민영화의 첫 단추인 경남과 광주은행 매각에 관심이 집중됐다.
경남은행 인수를 놓고 서로 적임자임을 외쳤던 BS금융지주와 DGB금융지주는 광주은행에도 인수의향서를 제출해 다시 한 번 기싸움을 펼치게 됐다. 또 IBK기업은행과 신한금융지주 등도 인수전에 참여해 지방은행과 지역 컨소시엄, 대형 금융사의 큰 틀로 나뉘는 3파전을 예고했다.
■ 동양그룹, 어쩌다 이렇게 됐나…금융계열사 향방은? = 최근 금융권의 이슈로 부각된 이른바 '동양 사태'는 올해 말까지 총 1조1000억원의 회사채 및 CP(기업어음) 상환을 해야 하는 동양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다고 알려지면서 시작됐다.
이에 불안감을 느낀 소비자들을 앞 다퉈 자산 찾기에 들어갔다. 고객들이 일시에 환매를 요청하는 '펀드런(Fund Run)' 현상이 일어난 것.
사태가 본격화 된 지난 23일부터 단 이틀 동안 동양생명에서는 보험 해지 환급금 약 360억원, 동양증권에서는 약 3조원의 자금이 인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증권사 CMA의 경우 원금 보장이 안 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더욱 부채질했다.
업계일각에서는 동양그룹의 위기가 이전부터 예견된 일이었다는 증언이 속속들이 제기됐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동양그룹은 전체적으로 증권 네트워크를 너무 믿었다. 브랜드 이름이 있어 창구에서 잘 팔리니깐 (안일하게 대처해도) 문제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당국의 관계자는 "3년 전 동양증권 검사를 나갔을 때도 부실징후가 있었다. 아마도 그룹의 부실을 계열사끼리 떠넘기면서 버티다가 여기까지 왔을 것"이라고 증언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증권사 대다수 금융상품의 경우 별도의 외부 기관에 예치돼 안전하게 보호되고 있다며 사태진정에 나섰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증권, 생명, 자산운용 등 동양그룹 금융계열사에 맡겨진 고객자산은 안전하게 보호되고 있다"며 "불안감을 느낀 고객들이 상품을 중도해지 시 오히려 손해를 입을 수도 있기 때문에 각별히 유념해야 할 것을 당부 드린다"고 전했다.
■ "지방銀 새 주인, 내가 적임자"…인수전 막 올랐다 = 경남과 광주은행 인수를 위한 예비입찰이 지난 23일 마감되며 본 입찰을 위한 2라운드에 돌입했다.
경남은행 인수에는 BS금융지주, DGB금융지주, IBK기업은행, 경은사랑 컨소시엄이 가세한 것으로 확인됐다. 광주은행의 경우 JB금융지주와 BS금융지주, DG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광주·전남상공인연합, 광주은행 우리사주조합, 지구촌영농조합이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에 참여했다고 밝힌 모 금융사의 대표는 "가격은 써내고 싶은 기관만 내게 했다. 나머지 기업들은 인수 전략을 제출하는 형식이었다"고 입찰방식을 설명했다.
지방은행 매각은 오는 10월 초순경 인수후보자(숏 리스트) 선정과 예비실사, 11월 경 최종입찰제안서 접수 등을 통해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된다.
최종 인수자는 확인실사 및 협상진행, 계약체결, 금융위원회 인가 등의 과정을 거쳐 이르면 올해 말에서 내년 초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 이 없으면 잇몸으로(?)…STX조선, 류정형 기(旗) 달았다 = '샐러리맨 신화'라 불리는 강덕수 회장이 물러나고 류정형 신임 대표이사가 이끄는 STX조선해양이 27일 본격 출범했다.
STX조선은 이날 오전 경남 진해 본사에서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잇달아 열고 류정형 전 STX조선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이날 류정형 부사장이 대표로 선임된 것은 원래 내정자였던 박동혁 대표이사 후보가 전날 갑작스럽게 사퇴의사를 밝혔기 때문.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측은 "박동혁 후보는 일신상의 이유로 사퇴를 결심했다"며 "생산 공정의 조기안정화 및 업무공백 최소화를 위해 원래 일정대로 주주총회를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