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종학 "민주당이 기업경쟁력 소홀하다는 것은 오해"

"국민 80% 이상이 부자감세 철회 찬성…세제개편안, 중산·서민 증세 못 받아들여"

민주당 홍종학 의원은 '부자 감세' 철회와 대기업 지원 축소 주장 등으로 인해 "민주당이 기업의 국제경쟁력을 소홀히 취급한다"는 세간의 오해와 관련해 "전혀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국회 기획재정위 소속인 홍 의원은 지난 26일 '경제위기 대책과 세수확보 방안'을 주제로 조세일보(www.joseilbo.com)와 가진 'CEO 대담'에서 "민주당은 현재 재벌 편향적인 기업 지원을 중소·중견기업에게 돌려 지원하자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홍 의원은 "정말 중요하는 것은 중소·중견기업 지원이다. 그동안 기업세제 지원이 재벌 편향적이었다"며 "0.3%의 재벌 기업들이 58.5%의 비과세 감면혜택을 받는다. 재벌 편향 지원책을 중소·중견기업으로 이동시키는 게 민주당의 기업경쟁력 방안"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특히 기초연금 공약 후퇴와 관련해서는 "현 정부 출범 때부터 이미 예상됐던 것으로 이는 철학의 부재 때문"이라며 "박근혜 정부는 '지킬 것만 하겠다'면서 축소안을 내놨다. 그런데 이마저 못 지키겠다는 것은 돈이 없어 못하는 것이고, 돈이 없다는 것은 부자감세 철회를 안 해서 그런 것이다. 이는 복지가 그들의 최우선 순위가 아니라는 것을 명백히 드러낸 것이다. 국민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정책안을 보면 그럴 수밖에 없는 수순이었다"고 비판했다.

또한 정기국회에서 격돌이 예상되는 세제개편안에 대해 "우리는 부자감세 철회 없는 중산·서민층 증세는 못 받아들인다"며 "때문에 중산·서민층에 부담을 주는 것은 대부분 누락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담 : 황춘섭 조세일보 대표이사, 정리 : 박지숙 기자, 사진 : 김용진 기자)

1. 박근혜 대통령이 3자회담에서 '증세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언급했다. '증세'에 대한 생각을 바꿨다고 보는지 궁금하다. 어떻게 평가하는가?

= (박 대통령의 증세 언급은) 어쩔 수 없는 고육지책이라고 본다. 재정적자 규모가 어마어마하니까 어디선가 세금을 걷기는 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증세' 이전에 '부자감세 철회'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 국민적 공감대를 얻을 수 있다.

(왜냐하면) 많은 국민들이 우리나라의 현 세금 제도가 공평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런 상황에서 증세 이야기를 꺼내기는 어렵다. 두 번째는 우리나라 세금이 적절히 사용되고 있지 않다는 인식이 문제다. 이 두 가지에 대해 대통령이 언급을 안 하고 증세 언급을 해서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2. 정부와 재계, 새누리당 등은 민주당의 증세 정책에 반대하고 있다. 복지예산 확보를 위해서는 증세가 불가피하지만 문제는 경제상황이 대단히 좋지 않다는 것과 경쟁국과의 조세형평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이다. 현실적으로 추진 가능한 수정안이나 타협을 이뤄낼 방안이 있는지 궁금하다.    

=얼마 전 모 경제지에서 여론 조사한 것을 보면 민주당의 부자감세 철회, 특히 대기업 과세 증대에 대한 생각에 대해 국민 87%가 동의했다. '전적으로 동의한다'가 47.4%, '다소 동의한다'가 39.6%였다. 이는 민주당의 부자감세 철회에 대해 다수 국민들이 동의한다는 것을 뜻한다. 더 중요한 것은 ‘지금 세금 납부 제도가 공평한가’라는 질문인데 84%가 '그렇지 않다'라고 밝혔다. '매우 공평하지 않다'는 40.7%, '공평하지 않다'가 43.3%였다. 

이는 결국 '세금을 마땅히 많이 내야 할 사람이 안 내고 있는 반면 소득이 변변치 않은 나는 많이 내고 있다'는 게 일반적인 국민의 생각임을 말해준다. 경제학자로서 전문가적 입장에서 볼 때 이런 국민의 생각은 당연하다고 본다. 문제의 핵심은 현재 심각하게 진행 중인 양극화다. 양극화는 소수 재벌, 부자들만 돈을 많이 벌고 있다는 이야기인데, 내가 국회에 들어와 조사한 결과 이런 데이터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실제로 돈은 1%만 버는데 세금을 나머지 99%에게 내라고 하면 국민들이 납득하겠는가.

3. 정부여당은 이제 경제민주화 입법은 그 정도로 됐다고 선을 그으면서 기업의 투자를 이끄는 경제활성화를 주장한다. 민주당은 양극화 해소를 이유로 경제민주화와 부자감세 철회 등만 강조하는 것 아닌가?

= 그렇지 않다. 경제활성화를 위해서도 부자감세 철회가 중요하다. 부자들에게 받은 돈을 밑으로 돌리겠다는 것이다. 경제학 용어 중에 한계소비성향이라는 말이 있다. 추가적으로 만 원이 들어올 때 소비가 얼마나 느는가를 볼 때 부자들은 한계소비성향이 낮고 가난한 사람들은 높다. 돈이 없으니 버는 대로 다 쓰기 때문이다. 부자와 기업의 경우 한계소비성향이 낮으니 부자들의 이익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돌리면 그만큼 소비가 는다. 한국경제가 어려운 것은 중산·서민층의 소득이 없어서 돈이 안 돌기 때문이다. 이쪽을 지원하면 경제가 산다.

기업이 왜 투자를 안 하나? 기업은 경기가 안 좋아서 투자를 못 한다고 하지만 우리가 보기엔 그렇지 않다. 중산·서민층의 소득이 없고, 소득이 없으니 소비가 안 일어나기 때문에 기업이 투자를 안 하는 것이라고 판단한다. 이게 정부여당과 우리의 차이점이다. 우리의 투자활성화 대책은  중산·서민층의 소득을 늘려 소비가 증대하면 경제가 좋아지니 기업은 당연히 투자할 것이라고 본다. 기업에 지원을 해도 투자는 늘지 않는다. 경제가 살 조짐이 보이지 않는데 투자가 늘겠는가. 오히려 대기업에 지원할 것을 중산·서민층에게 지원하면 소비가 늘어날 것이고 경기가 살아날 것이다.

4. 정기국회에서 부자감세 철회 문제로 여당과의 격돌이 예상된다. 하지만 어떻게든 절충을 해야 할 텐데 민주당의 현실적 타협안은 무엇인가?

=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가장 큰 차이는 부자감세 철회다. 새누리당은 절대 못한다고 한다. 대통령도 이미 선언을 했고. 우리는 부자감세를 철회하고 대신 중산·서민층을 지원하자는 것인데, 새누리당이 중산·서민층 지원을 외면할 것인가. 그렇게는 또 못할 것이다. 때문에 중산·서민층에 대해 증세하는 부분은 타결이 어려울 것이다. 우리는 부자감세 철회 없는 중산·서민층 증세는 (절대) 못 받아들인다. 우리의 의지는 확고하다.

우리가 중산·서민층 증세에 동의하지 않기 때문에 세제개편안에서 중산·서민층에 부담 가는 내용은 대부분 빠질 것이다. 그렇게 타결될 걸로 본다. 부자감세 철회 여부는 새누리당의 의지에 달려 있다. 철회 거부는 정부의 재정정책을 스스로 무력화시키는 꼴이다. 경제가 어렵다는 것을 정부가 너무 안이하게 생각하는 게 아닌가. 현 정부와 여당에서 느끼는 경제 현실 감각이 서민들과 큰 차이가 있다.

5. 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한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이 지지하는 기업지원 세제개편 방안은 무엇인가?

= 현재 정부에서는 창조경제를 이야기한다. 창조경제의 핵심은 고급 인력이다. 고급 노동력을 육성시켜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기본적 생각이다. 고급 노동력은 장기간의 숙련을 통해 배출된다. 그런데 한국기업의 문제는 젊은 사람들의 정규직 고용을 줄임으로써 노동력이 노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조선이나 자동차 기업에는 대부분 나이 든 숙련공만 있다. 이대로 시간이 흐르면 공장들이 해외로 다 빠져나갈 수밖에 없다. 해외 이전의 이유는 이를 유지할 노동력이 없기 때문이다. 저쪽은 임금이 높아 그렇다고 하는데 미국이나 선진국임금은 우리의 3~4배다. 그래도 공장들이 남아 있다는 것은 그만큼 생산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지난 4월 국회에서 민주당의 노력으로 정년 60세 연장 도입 법안이 통과됐다. 우리는 기업의 고용비용이나 고용창출에 대한 세제지원 등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여기서도) 중요한 것은 중소·중견기업 지원이다. 그동안 기업세제 지원이 재벌 편향적이었다. 0.3%의 재벌기업들이 58.5%의 비과세 감면혜택을 가져간다. 이런 게 잘못됐다는 것이다. 재벌 편향 지원책을 중소·중견기업으로 이동시키는 게 민주당의 안이다.

얼마 전 보도 자료를 냈지만 기업의 비과세 감면액 중 가장 높은 게 임시투자세액공제인데 재벌이 73%나 가져간다. 0.3%의 기업에게 집중된 비과세 감면혜택은 그야말로 재벌맞춤형 지원이다. 그 자료를 보면 중소기업이 세금을 19.2% 내는데 감면액은 총액에서 25% 감면 받았다. 19%세금 내고 25% 감면 받으니 중소기업은 혜택을 본다. 하지만, 재벌과 중견기업을 비교해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재벌들이 43.5% 세금을 내는데, 54.5%를 감면받는다. 그런데 중견기업은 36% 세금 내고 16.5%밖에 감면받지 못한다. 중간에 있는 중견기업만 피해를 보고 있다. 재벌기업에 대한 비과세 감면을 대폭 줄여 중소·중견기업에 지원하면 기업의 국제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국민들은 해외에서도 충분히 경쟁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재벌에 추가 지원을 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라는 의문을 갖고 있다. 이제 국제경쟁력이 있는 대기업은 밖에 나가서 싸우라고 하고 중소·중견기업을 키워 지원하는 게 옳지 않겠는가. 이게 민주당의 생각이다. 그런데도 우리가 국제경쟁력을 소홀히 생각한다는 오해를 사고 있다.

6. 이번 세제개편안에서 일감 몰아주기 과세제도 중 중소기업에 대한 과세요건 완화와 소득세법의 자녀관련 인적공제 제도 및 특별공제제도(의료비.교육비.기부금.보험료 등)의 세액공제 전환이 포함됐는데 어떤 의견인가. 

= 일감 몰아주기 과세제도에서 중소기업 부분이 과도하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세제개편안의 문제는 중소기업의 부담을 덜어주면서 은근슬쩍 대기업의 부담을 덜어준 것이다. 이는 정부의 재벌편향적인 속셈이 드러난 것으로 우리가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중소기업의 부담을 완화하는 것은 가업 상속문제와 연계돼서 그렇다. 가업상속이 어려워서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세금을 회피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번에 가업 상속문제도 완화되기 때문에 중소기업 부담은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충분히 지원할 용의는 있다.

7. 최근 박근혜정부의 기초연금 공약 후퇴 등 문제가 되고 있다. 근본적인 원인과 해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이미 예상됐던 문제다. 이건 철학의 문제다. 대선 때 민주당은 '경제민주화-보편적 복지'를 최우선 정책으로 제시했다. 우리는 부자감세 철회로 발생한 상당한 재정수입으로 복지를 늘리고 중산·서민층을 지원하면 경제가 도는 경제활성화 선순환을 강조했다. 이미 작년에 서민경제가 어렵기 때문에 재정지출을 과감히 늘리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그런데 현 정부는 그런 깊은 고민이 없었다. '경제민주화-복지가 좋으니 우리도 한다'는 식이었다. 그들은 '민주당 안은 황당하니 우리는 지킬 것만 하겠다'고 했다. 축소해서 내놓은 게 그것인데 그것도 못 지키겠다고 한다. 지킬 수 없는 것은 돈이 없으니 못하는 것이고, 돈이 없는 것은 부자감세 철회를 안 하니 돈이 없는 것이다. 생기는 게 없으니 늘릴 수 없는 거다. 

우선순위의 문제는 철학의 문제다. 만약 복지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민주당이 집권해 복지공약을 훼손할 경우 우리 당은 회생하기 어려울 정도의 타격을 입을 것이다. 반면, 박근혜정부는 지금 복지가 최우선 순위가 아니라고 하는 것을 국민들에게 이야기하고 있다.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정책안을 보면) 그럴 수밖에 없는 수순이었다. 우리의 복지공약을 뒤쫓아온 상황이라 지키지 않아도 타격이 덜할 것이라고 생각해 후퇴하는 것 같다. 우리 같으면 (후퇴) 못한다. 
 
8. '국세청법'을 민주당에서 발의했다. 이 법이 제정되면 우리 사회에 어떤 효과가 나타나게 될지.

=국세청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강화될 것이다. 그동안 권력기관으로 알려졌고 행동해왔는데, 이제부터는 대민 봉사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 국민들이 세금 내는 것을 지원해야 하는데 지금은 징수에만 치우쳐 있다. 국세청 직원이 일반 세무조사를 나가면 압수 수색 없이 당사자 동의를 얻어서 조사한다. 근데 국세청에서 동의하라고 하면 안 할 사람이 어디 있나. 한 중소기업 사장을 만나니 마치 범죄자처럼 문서를 가져가 직원들 볼 낯이 없다고 하더라. 그래서 국세청에 영치조사를 얼마나 하느냐고 물으니 몇 건인지를 모른다고 하더라. 관리를 전혀 하지 않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세청도 문제가 있다고 공감했다. 정부는 재정이 문제가 생기니까 비과세 감면축소와 지하경제 양성화를 이야기하는데, 세무조사 강화하면서 생기는 이런 문제들을 반드시 개선할 필요가 있다.

외국은 바야흐로 '빅 데이터' 시대다. 국세청 세무 조사는 과학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옛날처럼 구태의연하게 들들 볶는 방식이 아니라 데이터 분석을 통한 세원 확보가 필요하다. 그게 대민 봉사기관으로서의 국세청 역할이다. '국세청법'은 국세청 공무원들의 자긍심과 정치적 독립성 확보 등 긍정적인 면이 있을 것이다. 국세청 위상이 올라가고 독립성이 강화되면 외풍에도 덜 시달리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