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과세 방지협정 상 면세혜택 못 받을 수도"
정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정책금융 개편안이 세금문제로 다시 한 번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산업은행의 일부 지분을 IPO(기업공개)를 통해 매각하겠다는 방침에 대해 민간자본이 국책은행 지분을 소유하면 해외 진출기업들을 이중과세로부터 보호할 수 없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정책금융 역할 재정립 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산은에 대한 지분 51% 이상을 유지하되, IPO 등을 통한 일부 지분의 매각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소유권의 32%를 민간에 내놓은 기업은행의 사례와 유사하게 정부가 지배주주 지위는 유지하되 나머지 지분매각을 통해 유동자금을 마련한다는 복안이다.
문제는 산은 지분의 일부를 민간자본이 소유할 경우 이중과세 방지를 위한 국제협약 상의 면세특권을 상실할 수 있다는 것.
한국기업이 해외에 지점을 세우고 국내은행을 통해 자금을 융통하는 경우, 은행 이자에 대한 과세주체가 명확치 못하다는 맹점이 있다.
이자로 인한 소득을 얻는 주체는 국내은행이지만 한국과 해외 과세당국 양 쪽에서 세금을 매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각국 정부는 '이중과세 방지협정'을 통해 조세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협약에서 정한 부문만큼을 이자소득이 발생한 국가에서 원천 징수하고,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만 은행이 속한 국가가 과세하는 방법이다.
또 해외 자금 유치에 적극적인 국가들의 경우 해외의 국책은행이 제공한 자금에 대해서는 면세혜택을 주는 경우가 빈번하다.
정부가 보유한 산은 지분이 민간으로 넘어갈 경우 이 같은 혜택이 줄어드는 것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산은 일부가 민영화 되면 이중과세 협약에 의한 면세혜택을 못 받는다. 민간지분이 일정규모를 넘어가면 국책은행으로 볼 수 없다는 논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은행이 조세부담을 지게 되면 이는 결국 기업들에게 전이된다"며 "특히 중소기업들은 현지은행에서 대출 받기가 어려운 만큼 결국 중소기업의 부담이 가중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후진국의 경우 ODA(공적개발원조)펀드 등 선진국의 정책자금을 취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국책은행 자금에 대한 면세혜택에 적극적이다"며 "각국 중앙은행의 경우에는 이견이 없지만 (일부 지분이 민영화되면) 산업은행의 경우에는 해석상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협약서에 면세대상을 산업은행이라고 명시해 놓아도 정책자금이 아닌 일반 사업과 관련된 대출의 경우 상대국의 판단에 따라 이자 소득세가 부과될 수 있다는 전언이다.
10월 현재 발효가 돼 있는 이중과세 방지협정은 대상국가가 80개국이며 재정을 추진중인 곳을 합하면 총 96개국에 달한다.
한편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이중과세방지 협정이 일반기업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얼마인지 잘 모르겠다"며 "그런 문제가 있다면 고려해 보겠지만 그것 때문에 정책금융개편을 중단한다고는 못 하겠다"는 애매한 입장을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