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취로 증명하지 못할 경우 피해 보상 방법 없어
동양그룹 계열사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가 잇따르며, 기업어음(CP) 투자자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금융감독원은 불완전 판매 신고 센터를 운영, 동양 CP 가입자들의 민원을 접수하고 있지만 피해 보상을 받을 길은 사실상 적어 보인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30일 신고 센터가 운영된 뒤 이틀 동안 접수된 민원은 600건을 넘어서고 있다.
한 투자자는 "100% 안전한 투자라고 해서 믿고 가입했는데, 완전히 사기다"고 말했다.
하지만 투자자 입장에서 이 같은 불완전 판매를 입증하는 방법은 많지 않다.
현행 제도상 불완전 판매의 입증 책임은 투자자에게 있지만, 위험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은 현실적으로 녹취밖에 없기 때문.
만일 투자자가 전화로 상품 설명을 듣고 계약을 했는데, 전화상 녹취를 통해 증권사 직원의 안내가 소홀했다는 것이 밝혀지면 비교적 쉽게 피해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영업점에 직접 방문해 가입한 경우 이러한 녹취가 대부분 없다는 점이다.
또 전화상 녹음이 됐어도 증권사가 녹취를 증거로 완전 판매를 주장하면 오히려 투자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설령 증권사 직원이 대신 가입 서류에 서명을 했어도 이처럼 전화 녹취에 의해 투자자가 불리한 상황에 놓일 수 있게 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장 조사를 통해 투자 설명서, 가입 서류, 녹취록들을 살펴보고 있다. 검사 기간이 얼마나 더 길어질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사실상 불완전 판매로 보상을 받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고 우려했다.
지금까지 민원을 접수한 투자자들이 주장하는 피해 규모는 1조5000억원. CP에 가입한 개인 투자자는 4만937명으로 집계된다.
금융 관련 소비자단체인 금융소비자원은 약 4500명의 신고를 접수, 향후 집단소송도 검토할 방침이다.
그러나 최근의 유사 사례인 LIG건설 CP 소송의 경우 법원은 15건 중 12건에 대해 증권사 손을 들어줬다. 당시 LIG건설이 분식회계를 해 투자자들을 속이고 CP를 발행한 것이 문제가 됐으나 동양그룹의 경우는 피해자 승소가 더 어렵다.
앞서 저축은행 부실 사태 때에도 금감원은 후(後)순위채 불완전 판매 신고 센터를 운영했지만, 실제로 상당수는 피해 보상을 받지 못했다.
후순위채는 판매 금융회사 파산 시 가장 늦게 변제되는 고금리 위험 채권으로 당시 저축은행들이 위험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가입시킨 것이 문제가 됐다.
오순명 금감원 금융소비자보호처장은 "가입자의 연령이나 투자 횟수 등 판매 정황을 살펴본 뒤 안타까운 상황에 놓인 분들이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후순위채 피해자들의 경우 고령일수록 보상 가능성을 높이는 방법으로 구제가 이뤄지기도 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