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금융시장에서 다양한 종류의 상품이 거래되면서 소득세 원천징수 등 세금 관련 분쟁이나 소송이 늘고 있어 해당 법인들은 물론 과세 당국까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소득세 원천징수는 징수 시기나 거래자의 소재지에 따라 세율이 달라지는 만큼 각종 분쟁에 휘말릴 소지가 있다. 따라서 법률적 미비점 및 제도상 보완돼야 할 사항들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조세포럼(회장 김도형·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 위원장)은 8일 오전 '금융소득에 대한 소득세 원천징수의 실무상 문제점'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고 전문가들의 토론과 함께 활발한 의견 교환을 했다.
금융조세포럼은 정부와 학계, 금융회사 및 세무회계 종사자들의 모임으로 올해 2월 발족했으며, 조세 관련 현안을 논의하고 향후 바람직한 정책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법무법인 현의 강남규 변호사와 송민우 회계사가 금융소득 원천징수 납세자의 경정 청구, 대리 위임, 해외법인의 채권 이자와 관련한 다양한 사례를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최근 동양그룹 부실 사태로 금융권 이슈가 된 기업어음(CP)과 관련해 현행법상 미비점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뤄졌다.
현행 소득세법 및 법인세법은 이자나 배당 즉, 금융소득이 발생했을 때 금융회사가 원천징수 의무를 지도록 하고 있다.
원천징수 세율은 장기채권 분리과세의 경우 30%, 비영업대금은 25%, 이자소득 및 투자신탁은 14%로 차이가 크다.
문제는 징수 시기나 거래자의 소재지에 따라 세율이 달라질 수 있어 이는 종종 분쟁의 소지가 된다는 점이다.
강남규 변호사는 실제로 독일의 한 법인은 국내 A기업에 고도의 기술이 수반된 플랜트를 공급했다가 사용료의 10%를 원천징수 당하자 경청 청구를 신청한 사례를 소개했다.
국세청은 설계 및 엔지니어링, 운용 자문을 포함한 서비스 전체를 하나의 지식재산권으로 보고 한국·독일 간 조세조약에 따라 로열티 제한 세율을 부과했다.
그러나 이 법인은 노하우 이전 없이 인적 용역을 제공한 것에 따른 소득이라고 주장, 원천징수된 전액을 환급해달라고 요구했다.
강남규 변호사는 "현행법상 입증 책임이 피고인에게 있는데 법경제학적으로 정보 우위에 있는 자가 입증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그동안 원고에게 책임을 부여하는 방안을 법원에 요구해왔으나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국제금융거래가 더욱 활발해질 수 있는 만큼 국내외 법인과 과세당국과 불필요한 분쟁을 막기 위해서도 제도상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편 CP의 경우 올해 초 개정 시행령에 따라 매출일을 원천징수 시점으로 정한다.
그동안 CP는 매출일과 만기일 중 납세의무자가 원천징수 시점을 선택할 수 있도록 허용했는데, CP의 유통 과정 중 여러 거래자를 거치면서 보유자들을 조사하기 어렵고 따라서 원천징수가 되지 않은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발행 기업이 한국예탁결제원에 보호예수하는 경우 만기일 원천징수가 예외적으로 가능하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이나 이때 발행 기업이 자본시장법상 공시 의무를 피하기 위해 1년 동안 고의적으로 보호예수를 하는 경우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송민우 회계사는 "보호예수기간도 예탁의 범주 안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