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 없는 복지, 도깨비방망이?…기초연금, 빈곤 탈출구 안돼
국민연금 가입 기간 길수록 기초연금 수령 불리해 맹점 많아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최대 20만원의 기초연금을 지급하기로 한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 세수 부족으로 비틀거리는 것을 두고 당초 '증세 없는 복지'라는 잘못된 단추를 뀄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재원을 고려했을 때 증세 없이 기초연금을 도입하는 것은 다소 위험한 발상이었다는 것.
한국에서는 소득으로 인정하는 금액이 한 달 83만원에 미치지 못하면 빈곤 상태로 규정한다. 65세 이상 노인 중 절반(45.1%) 정도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국 평균(13.5%)의 3배 수준.
또 소득 하위 70%에 속하는 노인 중 39%(152만명)는 월 소득인정액이 0원이다. 기초연금 도입 이후 국가로부터 20만원을 받더라도 빈곤에서 탈출하기가 어렵다.
박근혜 정부의 장밋빛 공약이 가시적 성과를 이뤄냈다고 해도 사실상 노인 인구의 빈곤 퇴치는 쉽지 않은 과제였다는 이야기다.
오건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공동위원장은 "노인 빈곤과 고령화 추이를 볼 때 기초연금 확대에 대한 공감대는 많이 있었다. 문제는 노인의 수가 많아질수록 지출이 더 증가하는데, 증세 없이 복지를 실현한다는 것은 도깨비방망이 같은 소리"라며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은 지금 GDP의 20%에 불과한데 OECD 평균은 24.6%에 달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기초연금 도입이 노인의 경제적 자활을 목적으로 한다고 볼 때 현재의 방법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보건복지부가 추진중인 기초연금법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 하위 70%는 국민연금 가입 기간에 따라 10~20만원을 차등 지급받을 수 있다.
그러나 기초 생활 수급자 노인 약 38만8000명(2013년 1월 기준)은 최저생계비에서 부족한 만큼만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보충 급여의 원리'에 따라 실질적인 혜택을 못받는다.
예컨대 한 달에 46만원을 기초 생활 수급비로 받는 노인이 20만원 기초연금 대상자가 될 경우 66만원의 소득이 생기는 게 아니라, 최저생계비가 기초연금을 초과해 결과적으로는 46만원을 받는다.
반면 김용익 민주당 의원의 조사에 따르면 부촌의 상징으로 꼽히는 서울 강남의 타워팰리스 거주 노인 중 현행 기초노령연금을 받는 사람은 56명에 달한다.
이처럼 기초연금제도는 도입 전부터 수많은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전 65세 이상의 노인 모두에게 최대 20만원의 기초연금을 지급하겠다고 공약한 것은 당초 현실성이 매우 적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재정이 부족한 상태에서 기초연금 도입을 무리하게 추진하자 결국 기형적 형태의 제도가 탄생할 우려도 커진다.
가장 큰 문제는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가입 기간을 연계한 점이다. 국민연금은 국가가 국민에게 노후 대비를 위해 저축을 강제하는 성격을 띤 사회보장정책이나, 이번 제정안에 따르면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길수록 기초연금이 깎이는 구조이다.
이는 국민연금 수령액과 기초연금 수령액을 합해 월 20만원을 맞추기 위한 정부의 계산이지만, 본질적인 측면에서 큰 모순이 발생한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금연구센터장은 "기초연금 확대가 자칫 국민연금 가입 유인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정 복지 제도가 도입되면 소위 말하는 '경로의존성'으로 인해 추후 개편이 어렵다는 점에서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재정 부담에 대한 문제도 있다. 현행 기초노령연금은 중앙정부가 40~90%를 부담하지만, 앞으로 4년 동안 지방정부 분담률이 25.5%로 높아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