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퇴양난 빠진 기초연금…'현실성' 논란 여전해

기초연금법 제정안 허점투성이…현실성 도마 위 올라

현 여권이 기초노령연금(이하 기초연금)을 처음 거론한 것은 2002년 대선 때다.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선 후보는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가입 기간의 평균 소득을 현재 가치로 환산 후 지급)을 낮추는 대신 노인들을 위한 연금을 별도로 마련할 것을 공약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04년 총선 때 기초연금을 구상, 당시 윤건영 한나라당 의원(현 연세대 교수)은 65세 이상 국민에게 매달 40만원을 지급하는 내용의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추진했다.

이어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는 기초연금을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인상할 것을 공약했다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백지화됐다. 2008년 총선에서는 다시 36만원까지 확대한다는 공약이 나왔다.

지난해 박근혜 당시 대선 후보가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기초연금 2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공약한 것은 이미 10년 넘게 딜레마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사안이었던 셈이다.

이 같은 과정이 반복되자 국민들은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공약을 지켜달라"며 "기초연금 준다고 해 뽑았는데 노인이 봉이냐"면서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과연 기초연금 100% 지급은 실현 가능한 공약이었을까.

논란이 커지자 박근혜 대통령은 "임기 안에 반드시 공약을 지키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러나 이를 두고 전문가들의 전망은 긍정적이지 않은 편.

학계의 한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이 증세를 하지 않으면서 보편적 기초연금제를 도입하겠다고 한 것은 선거의 승리만을 의식한 모순된 정책이었다"며 "현실적으로 공약이 이행되기보다는 공약 축소나 시기 지연을 통해 용두사미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복지 정책을 도입하려면 재정적 실현 가능성과 정치적 지속 가능성을 확보해야 하는데, 선심성 인기 정책의 약속과 불이행이 반복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금연구센터장은 "아무리 취지가 좋더라도 이미 도입된 제도와의 관계를 고려하지 못하면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며 "기초연금은 자신의 힘으로 노후를 준비할 수 없는 노인에 대해서 준(準)보편적 제도로 설계하되, 국민연금에 가입할 기회가 있는 근로 계층의 경우 축소해 나가는 방향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나 2일 소득 하위 70%의 만 65세 이상 노인에게 최대 20만원을 지급하는 기초연금법 제정안을 입법 예고, 내년 7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현행 기초노령연금을 기초연금으로 대체하고 소득 하위 70%의 노인을 대상으로 하되, 국민연금 가입 기간에 따라 월 10~20만원을 차등 지급한다. 재산과 소득을 합산한 액수가 83만원(부부 132만8000원) 이하이면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최소 수령 금액(10만원)이 정해져 있지 않으면서 대통령령으로 위임한 사항이나 군인과 공무원, 사립학교의 사학 연금을 받는 경우 기초연금을 받을 수 없게 한 것, 또 해외에서 60일 이상 거주하면 기초연금 지급이 중단되는 문제 등이 남아 있어 법안 통과는 난항이 예상된다.

또 국민연금에 가입한 적 없는 노인은 20만원을 받는 대신 가입 기간이 길수록 연금은 줄어들게 설계되거나 극빈층 노인의 경우 연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면서 이 혜택이 오히려 중산층 이상으로 돌아갈 소지도 있어 곳곳의 허점이 드러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