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으로부터 가산세를 부과받은 기업이 세무대리를 맡았던 세무사와 회계감사를 담당했던 회계법인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받으려면 기업측에서 구체적인 손해액을 입증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구지방법원 민사11부(재판장 이영숙 부장판사)는 최근 건설시행사인 F사 등이 외부감사계약을 체결한 S회계법인과 공인회계사 J씨, 세무대리인 L씨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것으로 11일 밝혀졌다.
F사는 세무사인 L씨가 세무대리를 잘못했고 외부감사를 담당한 S회계법인과 이 법인 소속 공인회계사 J씨가 감사 과정에서 이러한 중대한 오류를 발견하지 못해 결국 가산세를 물게 됐다며 손해배상청구소송을 걸었다.
이 회사는 L씨가 법인세 과세표준 및 세액 신고 과정에서 실제 공사진척도를 기준으로 작업진행률을 산정해야 함에도 회사가 발행한 세금계산서를 기준으로 작업진행률을 산정하는 바람에 국세청으로부터 5억원이 넘는 가산세를 부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 회사는 또 세무법인 W에게 세무자문비용으로 약 3억원이 들어갔다며 모두 8억여원의 손해배상 책임이 S회계법인과 회계사 J씨, 세무사 L씨 등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불법행위로 인해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더라도 그로 인한 손해액에 관한 입증은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F사측에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F사가 작업진행률 오류로 인해 수정신고한 소득금액이 가공인건비, 개인경비, 접대성경비 등을 공제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그에 관한 증거를 제출하지 않아 소득금액 중 작업진행률 오류로 인해 수정신고하게 된 부분을 특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세무자문비용에 대해서도 전체 법인세 중 S회계법인 등의 과실로 인해 납부하게 된 부분을 산정할 수 없기 때문에 세무법인에게 지불해야할 적정한 보수액을 알 수 없고, 그에 상응하는 S회계법인 등의 손해배상액도 산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판결문(2012가합43793)에서 "F사에 구체적인 손해액과 그 산정 방식을 요구했으나 F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주장하는 액수에 상당한 손해가 발생했다는 점을 입증하기에 부족하고 구체적인 손해액을 산정할 수 있는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F사가 S회계법인 등의 과실로 인한 손해액을 구체적으로 입증하지 못해 S회계법인 등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하였는지를 따로 판단하지 아니한다"며 "시행사인 F사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기각한다"고 판결해 S회계법인과 세무사의 손을 들어줬다.
이 소송에서 세무사측 변호를 맡았던 법무법인 정률의 조상규 변호사는 최근 가산세와 관련해 세무대리인의 책임을 묻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이 많아지고 있다며 세무대리인이 책임을 면하기 위해서는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 변호사는 "가산세에 대해 최종세무조정결정을 할 때는 반드시 조정한 내용을 의뢰인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최종결정은 의뢰인이 했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받아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