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금융기관 수장 중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만큼 그의 일거수 일투족과 말 한 마디의 행간에 묻어 나는 의미까지 시장의 관심을 끄는 이가 없다.
한 나라의 통화정책을 이끌어 가는 중앙은행의 총재로서 그만큼 그의 발언 하나하나가 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크다는 소리다.
1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한국은행에 대한 국정감사를 진행할 예정인 가운데 한은 내부에는 때아닌 김중수 총재의 자격 논란으로 시끄럽다.
바로 김 총재가 지난 15일 미국 뉴욕 특파원 간담회에서 한 직원 폄하 발언이 한은 직원들의 공분을 사고 있는 것이다.
당시 그는 간담회에서 "한은에 금융기관을 감독할 수 있는 권한을 줘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을 받고, "금융감독 기능은 실력 있는 사람이 맡아야 한다"고 밝힌 뒤 "한은이 미시 감독권을 가지면 그것만 하려 할 것이다. 중앙은행에 감독 기능을 주면 망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한은 노조는 17일 대자보를 내고 "김중수 총재는 한국은행 조직 및 직원에 대해 아무런 근거없는 비난과 폄하 발언으로 중앙은행의 신뢰를 스스로 저버렸으며,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의 가슴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며 울분을 토했다.
이어 노조는 "조직의 수장으로 자기가 몸담고 있는 조직의 직원을 무능하다고 하는 것은 자기 부정이며 조직의 수장으로 자격이 없다"고 날을 세웠다.
한은 직원들은 김 총재의 발언에 가슴을 쓸어 내린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김 총재가 한은에 내정된 이후 "한은도 정부다"고 밝혀 한은의 독립성 논란에 불을 지폈으며, 시장 일부에서 '한은은 청와대 출장소'라는 비난을 듣도록 자초하기도 했다.
또 김 총재는 출입기자단 워크숍에서 이른바 '야근 축복론'을 펼쳐 한은 직원들을 씁쓸하게 만들었다.
김 총재는 "젊었을 때 일을 안 하면 몹시 나쁜 습관이 들어 그다음에 일을 하나도 못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야근은 축복이다"고 밝혀 한은 내부 직원은 물론 대다수 직장인들이 답답한 가슴을 쓸어 내려야 했다.
한은 노조는 "김 총재는 자신의 치적으로 한국은행법상 금융안정 권한 부여 및 거시건전성분석국 신설을 말하면서 한국은행이 금융감독 기능을 맡으면 망할 것이라고 발언했다"며 "앞뒤가 맞지 않는 이율배반적인 발언이다"고 꼬집었다.
노조는 김 총재의 '직원 폄하' 발언을 직원들에 대한 심각한 명예훼손이라고 몰아 붙이며, 그동안 쌓아 두었던 김 총재식 인사 정책에 대해서도 노골적인 불만을 토로했다.
노조는 "김총재가 임기내내 모든 권한을 독단적으로 행사해 자신이 선호하는 직원을 요직에 앉혔음에도 '한은에는 그런 사람(쓸만한 사람)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자신의 인사정책이 실패했고 스스로 무능함을 만천하에 드러내는 것"이라며 "국민들에게 중앙은행에 대한 불신을 유발하는 망발을 중단하고 국민과 직원 앞에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성토했다.
김 총재는 내년 3월 말로 임기가 종료된다. 그는 왕성한 국제활동으로 한국은행의 글로벌 보폭을 넓혔다는 대외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반면 임기 내내 내부 직원들과의 소통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다. 그가 임기를 마친 이후에 반쪽자리 한은 총재로 낙인될지 미지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