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마지막 국감…여전히 소통 논란에 '진땀'

직원 폄하 발언 공방· 비상상황 휴가로 리더십 논란

내년 3월로 임기가 종료되는 한국은행 김중수 총재가 마지막 국정감사를 치르며 여전히 내부 직원과 시장과의 소통 부재 논란으로 진땀을 흘렸다.

김중수 총재 취임 이후 끊임없이 표출됐던 내부 직원들과의 소통부재, 오락가락 경제전망과 통화정책 등으로 인해 시장과의 소통에 실패했다는 지적들이 단골 메뉴처럼 이번 국감에서도 여야 의원들로부터 집중적으로 쏟아져 나온 것이다.

■'불통' 총재…중앙은행 리더십 논란 = 1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한국은행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김중수 총재의 내부 직원들과의 소통 부재 논란이 도마 위에 올랐다.

우선 지난 15일 미국 뉴욕 특파원 간담회에서 나온 '직원 폄하 발언'의 진실 공방이 녹취록 제출 요구로까지 이어지는 등 한바탕 소란을 겪었다.

윤진식 새누리당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한은 직원들이 실력이 없기 때문에 한은이 미시감독 권한을 가지면 망한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데 대해 해명을 요구했다.

이에 김 총재는 "망한다는 표현은 정책분석은 매우 어렵고 연구도 어려워 미시감독을 주면 본래 업무가 망하게 된다고 한 것"이라며 "한은 직원의 능력을 폄하했다고 하는데 뉴욕 연준의 사이먼 포터 등을 들면서 그런 사람이 없다, 그런 사람을 만들겠다는 것을 그렇게 표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용섭 민주당 의원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고 퇴임 이후에도 국가를 위해 일을 다시 하셔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오늘 총재의 답변을 들으면서 느낀 점은 의원들이 지적을 하면 수용하려는 자세보다 변명을 하고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하려고 한다"며 "간담회 발언에 대해 직원들이 섭섭했겠지만 김 총재가 존경을 받고 평소 소통이 이뤄졌다면 노조에서 성명서까지 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소통 부재 지적은 중앙은행 총재로서의 리더십 부재 논란으로 이어졌다.

이낙연 민주당 의원은 "그동안 김 총재의 잦은 해외출장, 부부동반 해외출장이 거론된 바 있는데 최근에는 추석연휴기간 동안 미국 FOMC로 인해 직원들이 비상근무를 하는 상황에서 강원도 홍천의 최고급 리조트로 휴가를 떠난 것이 맞냐"며 해명을 요구했다.

직원들이 FOMC의 양적완화 축소 등 대외환경 변화에 예의주시하며 추석연휴도 못 쉬고 비상근무를 한 상황에서 고급 리조트로 휴가를 떠난 것이 중앙은행 총재로서 맞는 행동이냐는 질책이었다.

이에 김 총재는 "그동안 휴가를 가지 않았기 때문에 공휴일 기간에 자료를 정리할 필요가 있어서 간 것"이라며 "휴가를 간 것이 아니라 일을 하러 간 것이고 서울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곳이기 때문에 유용하게 시간을 쓸 수 있는 곳으로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김 총재가 간 곳은 서울에서 1시간 40분이나 떨어진 곳이었고 억대 회원권이 있어야 묵을 수 있는 최고급 리조트라는 측면에서 납득할 수 없다는 추가 질의가 이어지며 난감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김 총재는 "직원들이 고생한 것은 잘 알고 있으며 저는 1년 내내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그러한 측면은 간과하지 않았나 싶다"며 말끝을 흐렸다.

■오락가락 경제전망…시장 혼란 키웠다 = 한은의 오락가락 경제전망이 시장의 신뢰성에 타격을 주었다는 일침도 있었다.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은 "옛날에도 가장 정확한 것은 아니었지만 예측 잘하는 기관으로 평가를 받았는데 몇 년간 헛발질"이라며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질책했다.

실제 민간기관인 삼성경제연구소의 경우 2011년 경제성장률을 3.8%로 전망했는데 실제치는 3.7%를 기록해 높은 정확도를 보였지만 한은은 경제성장률을 4.5%로 예측하면서 실제치와 0.8%의 차이를 보였다.

더구나 2011년의 경제성장률을 전망한 국내외 기관 11개 가운데 한은 전망수치의 오차가 가장 컸다.

이만우 새누리당 의원은 "한은은 2011년부터 2년간 6차례의 경제성장률 전망은 최소 0.8%포인트, 최대 2.8%포인트까지 오차가 발생했다"며 "한은은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에 대해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을 유지했다"고 지적했다.

조정식 민주당 의원도 "2008년부터 올해까지 2010년을 제외하고는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모두 0.8%에서 최대 2.2%까지 낙관적으로 평가했다"면서 "단 1%의 차이에 나라살림이 달라지기 때문에 경제전망 정확성을 높여야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김 총재는 "낙관이나 비관이라는 전제를 갖고 있지 않다"면서 "전망을 제대로 하는 조직은 많지 않지만 디테일한 전제가 있고, 에러를 내지 않으려도 최대한 노력한다"고 해명했다.

■총액한도대출, 실효성 논란 = 한국은행이 의욕적으로 추진한 영세자영업자와 기술형창업기업에 대한 총액한도대출이 실효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한은이 지난해 9월 고금리로 고통받는 영세자영업자를 위해 5년간 1조5000억원을 15만명에게 지원하겠다던 장미빛 공언이 불과 1년만에 초라한 실적과 지원한도 축소로 이어진 부분에 대해 질타를 받았다.

한은이 당초 계획과는 달리 지난 8월 현재 지원 실적이 1140억원에 그치며 목표의 40% 수준에 그친 것도 모자라 지원한도를 5000억원으로 낮춘 것에 대한 한은의 입장을 물은 것이다.

이용섭 민주당 의원은 "한은이 정부 정책에 의지하고 뒷받침하기에 급급하다 보니 사전 준비없이 발표하고, 현장과 교감없이 시행되면서 실적이 미미하다"며 "이용 실적이 적다고 한도를 줄일 것이 아니라 시중은행의 대출 조건을 완화하는 등 실효성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원석 정의당 의원은 "한은이 정권의 요구에 실효성도 없는 총액한도대출을 우후죽순 격으로 급조하고 있어 제도의 필요성에 의문이 든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은이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창조형 중소기업'을 육성하겠다며 지난 6월부터 3조원 한도의 기술형창업기업지원한도를 설정했지만 3개월 간 취급실적이 2842억원에 그치는 등 극심한 부진에 빠진 것을 지적한 것이다.

이재영 새누리당 의원은 "총액한도대출 취지는 좋지만 대기업에 대한 편법대출이 증가하고 있어 취지와 정반대"라며 "시중은행 역시 가산금리를 높여 일반 대출금리보다 상향되는 경우가 많은데 오히려 시중은행의 배불리기로 악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 총재는 "기존에 신용이 낮거나 담보가 없었던 기업들이 총액한도대출을 통해 시장 유동성에 접근할 수 있는 혜택으로 봐야 한다"면서 "(대기업에 대한 편법 대출은) 시중은행이 대출 대상을 선정하고 한은은 사후보고를 받고 있는데 사후라도 감독을 해서 패널티를 부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김 총재는 총액한도대출의 금리를 '제로(0)% 수준'까지 낮추는 방안을 검토해 달라는 윤진식 새누리당 의원의 권고에 대해서는 "금융통화위원회와 협의해야 할 사항이지만 검토해보겠다"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