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부자감세 철회 주장…與, 증세 문제 공개언급
이번 국정감사를 계기로 증세 논의가 탄력을 받고 있다.
세제를 다루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내에서 야당 의원들뿐만 아니라 여당 의원들까지 나서서 증세의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증세를 터부시하던 분위기는 퇴조한 듯하다.
여야는 증세의 시점이나 방법론에서 현격한 견해차를 보이고 있지만, 최소한 증세 논의를 공론화해야 해야 한다는 데에는 공감대를 형성해가는 분위기다.
증세론은 지난달 26일 박근혜 대통령이 "조세 수준과 복지 수준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통해 국민이 원하는 최선의 조합을 찾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하면서 불씨가 살아난데 이어 이번 국감을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불붙는 분위기다.
기획재정위 관계자는 20일 "막대한 재정 적자와 복지재원 문제가 연일 부각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증세 논의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증세의 초점을 소득세에 맞추고 있다.
김광림 의원은 이번 국감에서 "증세를 한다면 법인세보다는 소득세 중심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증세를 한다면'이라는 전제를 달기는 했지만 당내 대표적인 '경제통'으로서 소득세 증세론을 공개 거론한 것이다.
이만우 의원은 지난 16일 소득세 공제 혜택을 더욱 줄이는 방식으로 세수를 증대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여당 간사인 나성린 의원은 소득세 최고세율 과표구간을 '3억원 초과'에서 '2억원 초과'로 낮춰 고소득층의 세 부담을 높이는 법안을 제출한 상태다.
반면 민주당은 전방위적으로 '부자감세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전임 이명박 정부에서 단행된 소득세 및 법인세 감세를 되돌리는 방식으로 증세효과를 내자는 것이다.
새누리당이 법인세 증세에 명확하게 거리를 두는 만큼 일단은 소득세 쪽으로 여야 간 논의가 집중되는 모양새다.
가장 민감한 이슈인 부가가치세율 인상 문제도 거론되기 시작했다.
정부는 "부가세 증세를 검토한 바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지만, 현행 10%에 불과한 부가세율의 인상 필요성을 언급한 국책연구원의 보고서 내용이 알려지면서 부가세 문제도 쟁점화한 상황이다.
게다가 여야 의원들은 고소득 전문직 부가세 면제 축소, 주식양도차익 과세, 담뱃세 및 주세 인상 등 각종 증세 아이디어도 쏟아내고 있다.
다만, 이러한 논의가 단기간 내 증세로 현실화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당 의원들이 증세 문제를 언급하면서도 당장 증세에 나서자는 주장에는 선을 긋고 있어서다.
새누리당 이한구 의원은 "만약 증세를 한다면 법인세보다는 소득세가 먼저라는 얘기이지 당장 어떻게 증세를 하자는 분위기는 아니다"면서 "증세는 세출 구조조정·지하경제 양성화 등으로 최대한 재원을 확보하고 나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