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이득세 도입시 세수 줄어"…세금 '딜레마'

거래세 대비 세수확보 효과 크지 않고 세원 안정성도 심각

조세 형평성 제고를 위해 정부에서 만지작 거리고 있는 자본이득세 도입이 세수 확보 측면에서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세계 각국이 증권거래세를 폐지하고 자본이득세로 전환하는 추세인 가운데 재정지출 확대에 따른 추가적인 세원 확보가 시급한 정부로서는 향후 조세정책 방향을 어떻게 잡아나가야 할지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22일 금융조세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금융조세포럼(회장 : 김도형 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은 한국거래소 홍보관에서 '주식과세제도의 개선방향'를 주제로 뜨거운 토론을 벌였다.

이날 발제를 맡은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한국거래소와 프리보드에서 거래하는 대주주가 아닌 일반투자자에게 자본이득세를 부과하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경제수준, 시가총액, 지본사장 개방도 등을 고려할 때 도입할 만한 환경은 충분하지만 시장의 유동성 감소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결론적으로 그는 세수 확보 측면을 놓고 보면 자본이득세가 현행 증권거래세를 대체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봤다.

자본이득세를 도입해 현재의 증권거래세 만큼 세수를 확보하려면 30% 이상의 세율로 세금을 걷어야 하는데 시장의 반발을 불러올 공산이 크고, 주가의 등락에 따라 세원의 안정성도 유지하기 힘들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실제 자본시장연구원이 2007년부터 2011년 주가 자료를 토대로 삼성전자, 포스코,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LG전자  등 대표주 5개를 놓고 자본이득세를 추정해 본 결과 손실비공제의 경우 255억원(5% 세율 적용)에서 2176억원(30% 세율 적용)이 나왔으며, 손실완전공제는 282억원(5% 세율 적용)에서 943억원(30% 세율 적용)의 분포를 보였다.

손실비공제는 자본손실에 대한 세금보전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고, 손실완전공제는 이득에 대한 세금 부과에 더해 손실분에 대해서도 보전을 인정해 주는 방식으로 조세 형평성 차원에서 보다 현실적이라는 평가다.

주가의 변동성에 따른 세수 확보도 만만치 않았다. 손실완전공제의 경우 거래량이 30% 줄었을 경우 33.58%의 세율을, 연평균 수익률이 9% 정도 떨어졌을 경우 97.51%의 세율을 부과해야 현행 거래세 정도의 세수 확보가 가능하다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현행 거래세에 비해 오히려 불안정하기까지 한 자본이득세를 도입할 경우 세수확보의 효과는 오히려 후퇴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황세운 실장은 "시장보다 퍼포먼스가 좋은 5개 대표기업을 대상으로 추정한 결과이다 보니 시장 전체를 대상으로 했을 경우 세수 효과는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자본이득세 도입시 조세수입이 어마어마하게 줄어들 수 있다"고 진단했다.

앞서 일본이 90년대 자본이득세를 도입한 첫해 자본시장 관련 세수가 10~20% 정도 줄었던 전례가 있다는 전언이다. 

또 그는 "자본이득세 도입은 추가적인 세원확보라는 목적을 달성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며 "자본이득세 도입으로 인한 주식시장의 충격을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거래세의 대폭적인 축소 또는 폐지와 자본손실의 상계가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고 충고했다.

공정과세 측면에서 전 세계적으로 자본이득세 과세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는데 참석자들은 대체로 동의했다.

거래세만 과세하는 곳은 스위스와 대만·싱가포르·홍콩 등 동남아 국가들만 남아 있는 상태이고, 자본이득세와 거래세 모두를 과세하는 곳은 영국과 프랑스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자본시장에서도 자본이득세 도입에 대한 거부감은 많이 상쇄된 상태다. 단, 자본이득세 도입의 전제조건으로 현행 거래세 폐지를 내걸고 있는 상황이다.

김도형 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은 "자본이득세를 도입하고 거래세는 없어져야 한다는 사람이 많은데 이 둘은 과세대상과 세금 부담자가 다른 별개의 세목"이라며 "거래세를 폐지하고 자본이득세로 넘어가면 세금 부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데 논리의 비약 같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자본이득세 도입은 세수 효과가 적으며 손실완전공제의 경우 투자자의 주식투자에 대한 손실을 세수로 보충해 주는 문제도 있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황 실장은 "공정과세를 위해 자본이득세 도입은 대세인 것 같다. 하지만 정부에서는 세수 확보 측면에서 기존 거래세와 병행해 추진하려고 할 것"이라고 전망하며 "이 경우 주식시장의 충격은 상당히 클 수 있는데 세율과 과세범위를 완만하게 증가시키는 방식으로 자본이득세 도입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고 충고했다.

이어 그는 "소액의 주식양도차액에 대해서는 과세가 이뤄지지 않도록 적정수준의 자본이득에 대한 소득공제한도 설정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금융조세포럼은 정부·학계·금융계·세무회계 업계 30~40명의 전문가와 실무자들이 매월 2차례 모여 금융 및 조세 관련 주요이슈에 대해 정보를 공유하고 문제점 및 개선방안을 모색해 오고 있으며, 현재까지 모두 12차례 모임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