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의 약관규제법(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이 실제로는 불공정 계약을 막지 못하고 있어 실효성 논란에 올랐다.
최근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갑을(甲乙)'관계가 불공정 계약으로부터 비롯되지만 약관규제법의 규제는 사실상 이를 방치하고 있어, 있으나 마나 한 법이라는 지적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민주당 김기식 의원은 31일 열린 공정거래위 종합감사에서 최근 5년 동안 약관규제법상 내려진 행정 제재가 단 1건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공정거래위는 불공정 약관을 사용한 경우 이에 대해 '시정 권고'나 '시정 요청'을 할 수 있다. 만일 사업자가 거래상 지위를 남용하거나 시정 권고를 따르지 않은 경우 '시정 명령'도 내려진다.
그러나 공정거래위는 시장에서 자주 문제가 되는 불공정 약관의 내용을 파악하고도 대응에 나서지 않았다는 게 김 의원 측 설명.
김 의원 조사에 따르면 '고객에게 불리한 조항'에 대한 위반이 352건, 과중한 지연손해금 등 손해배상의무를 부담시키는 조항 175건, 법률상 해지권을 배제하거나 제한하는 조항 57건, 사업자가 손해배상범위를 제한하거나 위험을 떠넘기는 조항 50건을 기록했다.
김 의원은 "갑을관계 대부분은 이러한 불공정 계약으로부터 발생하는데 공정거래위는 실효적인 제재를 하지 않아 같은 문제가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부당한 밀어내기 사업으로 지탄을 받은 적 있는 남양유업 사건에서도 불공정 약관이 존재했다. 회사 측은 반품을 엄격하게 제한, 대리점들이 마구잡이로 물량을 떠안게 했다.
국순당의 경우 대리점 매출이 감소하면 부당한 계약 해지를 해 과징금을 부과 받은 바 있다.
올해에는 편의점 가맹점의 주인 4명이 불공정 계약에 시달리다가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다.
김기식 의원은 "불공정 거래를 감시해야 할 정부가 이를 수수방관해 제2, 제3의 피해를 양산하고 있다"며 "과징금 부과와 같은 강력한 제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기식 의원은 과징금 부과와 손해배상의무를 명시하는 약관규제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