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의료법은 시각장애인 지원책 일환으로 일정한 교육과정을 거친 시각장애인만 안마사가 될 수 있고, 이러한 안마사만 안마시술소를 개설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시각장애인 안마사가 제공하는 안마용역은 세법에 의해 부가가치세 면제대상에 해당하죠.
그렇다면 장애인이 아닌 자가 무허가로 안마시술소를 개설해 운영하는 경우, 부가세 계산은 어떻게 될까요?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당연히 부가세 면제 대상이 아닌 것 같지만, 막상 거액의 세금을 내야하는 납세자 입장에서는 그렇지만도 않은가 봅니다.
지금부터 소개할 사례가 바로 부득이한 사정에 의해 무허가로 안마시술소를 영업할 수밖에 없어서 부가세를 낼 수 없다는 막무가내(?) 납세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과연 얼마나 억울한 사연이기에 세금 한 푼 낼 수 없다는 것일까요.
□ '무허가' 안마시술소 운영한 A씨의 사연 = A씨는 지난 2011년부터 태국 여성들을 고용해 손님들에게 태국식 마사지를 제공하는 안마시술소를 운영했습니다.
하지만 A씨는 사업 시작 당시 관할관청에서 받아야하는 안마시술소 영업허가를 받지 못했고 임차한 영업장을 그대로 방치할 수도 없다고 생각해 사업자등록 없이 무작정 사업을 시작했죠.
이렇듯 우여곡절 끝에 무허가로 사업을 시작했지만 안마시술소는 A씨의 생각만큼 잘되지 않았고 결국 1년여 만에 문을 닫게 됩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습니다. 폐업 후 과세관청이 A씨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했고 그 결과, 그동안 내지 않았던 안마용역에 대한 부가세가 한꺼번에 부과된 것이었습니다.
아무리 무허가 영업이었다고 하지만 안마용역은 세법에 면세로 규정돼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한 A씨. 결국 이의신청을 거쳐 심판원의 문을 두드리게 됩니다.
□ "안마용역은 부가세 면제" vs "시각장애인도 아닌데 안마사?" = 우선 A씨는 자신이 부득이한 사정으로 영업허가를 받을 수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A씨는 "안마시술소를 개업하면서 관할관청을 찾아가 영업허가 신청을 했으나, '안마시술소는 안마사협회를 경유해야만 영업허가를 낼 수 있다'고 했고, 이에 안마사협회를 찾았으나 협회와의 마찰로 인해 협조를 구하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수차례 관할관청에 문의했지만 협회 경유 없이는 허가를 내줄 수 없다는 답변만 들었고, 이미 임차한 영업장을 방치할 수가 없어 부득이무허가로 영업을 개시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비록 무허가 영업이지만 안마용역은 부가가체세법에 면세로 열거돼 있고, 무허가 영업을 하게 된 것은 부득이한 사유에 의한 것이므로 과세처분은 취소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과세관청은 "안마사는 의료법에 따라 시각장애인 중 관할관청의 허가를 득한 자이지만 A씨는 시각장애인이 아니므로 안마사협회의 경유여부를 떠나 면세되는 안마사가 제공하는 안마용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박했습니다.
또 "설령 A씨가 시각장애인을 고용해 안마용역을 제공했다고 하더라도 관련 예규에 따라 부가세가 과세되는 용역에 해당한다"고 못 박았습니다.
□ 심판원, "과세처분 잘못 없다…안마사 고용했더라도 과세대상" = 양측의 주장을 듣고 사실관계를 살핀 심판원은 과세관청의 과세처분에 잘못이 없다며 과세관청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심판원은 "의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접골사·침사·구사 또는 안마사가 제공하는 용역은 부가세가 면제되는 용역으로 규정돼있고, 안마사는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시각장애인 중 시·도지사에게 자격인정을 받아야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시각장애인이 아닌 A씨는 안마사 자격을 인정받을 수 없고, 이에 따라 안마사가 제공한 용역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부가세 면제 대상이 아닌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A씨가 안마사를 고용해 용역을 제공했다 하더라도 니는 부가세 면제대상으로 보기 어려우므로 과세관청이 용역을 부가세 과세대상으로 보아 과세한 처분은 잘못이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참고심판례 : 조심2013전303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