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보안 강화에도 불구하고 금융 사기 수법이 날로 진화하고 있다.
지난 9월 '전자금융사기 예방서비스'가 시행, 공인인증서를 재발급 받거나 300만원 이상 인터넷 송금 시 인증 절차가 강화됐으나 300만원 이하의 금융 사기는 여전히 기승을 부린다.
5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제도 시행 이후 전자금융사기 피해는 52% 줄었다. 금액으로 보면 58%가 감소했다.
지정된 컴퓨터에서만 공인인증서 재발급을 허용하거나 지정되지 않은 컴퓨터의 경우 전화와 문자메시지(SMS)를 통해 본인을 확인하면서 사기가 급격히 줄어든 것이다.
전요섭 금융위 전자금융과장은 "금융 소비자들의 불편을 예상해 24시간 콜센터를 운영했고, 협조에 힘입어 비교적 순조롭게 제도가 정착돼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제도 시행 이후 발생한 금융 사고의 70%(건수 기준)는 300만원 미만의 소액 이체 거래에서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기존의 무단 이체에서 사기 기술은 더 발달해, 스마트폰에 악성 앱(App)을 설치하는 스미싱(SMS와 피싱의 합성어) 피해가 늘거나, 이용자의 부주의를 이용해 정보를 빼내는 수법이 지능화되고 있다.
예컨대 사기꾼이 인터넷 주소가 포함된 문자를 휴대전화로 발송, 이를 접속하면 악성 앱이 설치되고 금융회사가 발송한 인증 번호가 중간에 도용되는 것이다. 악성 앱이 설치된 스마트폰은 사기꾼에 의해 인증 번호가 노출될 위험성이 크다.
최근에는 무료, 할인을 빌미로 인터넷 접속을 현혹하거나 청첩장, 돌잔치 초대장을 보내고, 도로교통법 위반에 따른 법원 출두 명령을 지시하는 등 다양한 사기 수법이 활개를 친다.
더군다나 지인의 번호로 초대장을 보내는 등 사기 기술은 빠르게 진화해 감독 당국의 눈을 피하고 있다.
컴퓨터에 악성코드에 감염시켜 이용자가 입력한 정보를 무단으로 변경, 사기꾼 계좌로 이체되는 수법도 이용된다.
향후 금융위는 금융회사 자체적으로 인증 강화 송금액을 현행 300만원에서 더 낮추거나 신종 사기 수법에 대응하기 위한 종합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전요섭 과장은 "컴퓨터와 스마트폰 보안 점검을 생활화하고 출처가 불분명한 파일과 이메일을 주의하라"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