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위험 기업집단, 주채권은행 사전감시 진행
신사업 진출·해외투자시 주채권은행과 협의해야
최근 동양그룹 계열사의 부실 사태를 계기로 대기업에 대한 사전 감시가 강화된다.
대기업 부실을 막기 위한 관련 제도가 10년 만에 손질, 주채권은행의 사전 감시가 보다 철저하게 이뤄질 방침이다.
5일 금융위원회는 부실 위험이 비교적 큰 기업집단을 '관리대상계열'로 선정, 향후 주채권은행에서 재무적, 비재무적 요소를 분석하도록 한다고 밝혔다.
기존의 주채무계열 지정에서 간신히 통과된 기업들이 관리대상계열이라고 보면 된다.
김용범 금융정책국장은 "현실적으로 은행들이 기업으로부터 여신을 회수하는 것은 어렵다"며 "공시와 같은 간접적 방법을 이용해 규제를 하는 게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만일 관리대상계열에 선정되면 주채권은행의 간섭을 받게 된다. 신사업 진출과 해외투자 등 경영상 중요한 결정을 할 때 주채권은행과 협의해야 한다.
경영 정보를 의무적으로 주채권은행에 보고해야 하며, 8~9월 수시로 재무구조평가를 받아야 한다. 3년 연속 선정되면 재무구조 개선약정을 체결해야 한다.
만일 이를 지키지 않으면 금리 인상과 같은 제재가 가해진다. 동양그룹의 경우 재무구조 개선약정을 이행하지 않으면서 부실을 키운 사실이 드러나, 금융 당국의 관리 소홀도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정부 소유의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이 상당수 기업집단의 주채권은행인 점을 감안할 때 사실상 많은 대기업들이 정부의 관리 하에 놓이는 셈이다.
금융 당국은 그동안 주채무계열 제도를 운영, 주채권은행이 관리하도록 했으나 실효성 논란이 있어 왔다.
주채무계열이란, 금융권 차입이 과도한 대기업을 선정해 주채권은행에서 직접 관리하도록 하는 제도.
현행 선정 기준은 최근 1년 동안 금융권 신용공여액이 직전 연도의 0.1%를 넘는 기업이나, 앞으로는 0.075%로 바뀐다. 이를 올해 평가에 적용할 경우 주채무계열은 30개에서 45개로 증가할 전망이다.
동일한 점수가 적용되는 부채 비율 구간은 세분화, 부채 비율 200~300% 구간을 현행 2개에서 4개로, 300~400% 구간을 1개에서 2개로 나눈다.
또 지배 구조 위험이나, 산업의 특수성, 영업 추이, 해외 계열사 상황 등 비재무적 평가 항목도 반영된다.
금융위는 이달 중 은행권 의견을 반영한 뒤 내년 2월 관련 규정 개정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김용범 국장은 "대기업의 수익성 및 건전성이 2010년 이후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다"며 "대기업의 부실을 사전에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제도 개선 배경을 설명했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대기업 매출액 증가율은 2010년 18.5%에서 지난해 5.1%로 급감한 반면, 차입금 의존도는 같은 기간 19.6%에서 25.2%로 높아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