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조세포럼, 연기금 과세문제 논의
"국민연금은 기타 연금과 다른 성격…과세부담 줄여야"
지난 2010년부터 한시적으로 시행돼 온 국민연금에 대한 증권거래세 과세문제가 다시 한 번 논쟁의 중심에 섰다.
금융조세포럼은 5일 여의도 한국거래소 홍보관에서 '해외 연·기금의 국내투자와 과세'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관련 논의를 진행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정현주 충정 법무법인 변호사는 "국민연금은 공무원 연금 등 기타 연기금들과는 다른 성격"이라며 "증권거래세를 부과하면 국민들에게 마이너스가 된다"며 과세에 반대하는 입장을 피력했다.
국민연금은 국민들의 안정적인 노후준비를 위해 운용되는 공적자금인 만큼 비과세 혜택이 주어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과거에는 조세특례제한법 상 국민연금이 운용하는 증권거래에 대한 세금이 면제됐지만, 지난 2009년 말로 시행기간이 끝나면서 국세청은 연금공단에 연간 약 1000억원 이상의 증권거래세를 부과해 왔다.
올해 6월 대법원은 국민연금에 증권거래세를 부과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논란을 일단락 지었지만 유권해석에 관한 논란은 아직 남아있다.
정부 측에선 조특법의 일몰기간이 끝난 만큼 과세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국민연금 측은 국가가 주권을 양도하는 경우에는 증권거래세를 면제한다는 조항인 '증권거래세법 6조' 때문에 원천 비과세 대상이라고 주장하는 등 극명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기 때문.
아울러 연금공단은 보건복지부 장관의 위탁을 받아 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인 만큼 중앙행정기관과 동등한 지위를 누려야 한다는 입장과, 단순 수탁자이기 때문에 증권거래세법 6조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 형국이다.
이에 대해 정현주 변호사는 "증권거래세 비과세가 국민연금에는 자동 적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조특법 적용과는 별도이다. 때문에 관련법을 개정할 필요도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라고 정리했다.
아울러 박태진 삼일회계법인 회계사는 "조특법에는 (증권거래세 면제를 받으려면) 법률에 의해 설립된 연기금이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면서 "다만 이걸 해석할 때 해외 연기금들의 경우 우리나라 법과 유사한 부분이 있고 아닌 부분이 있는데 해석상의 차이가 생긴다"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한편 이날 포럼에선 해외법인을 통한 국내 투자 시 배당소득 과세에 대한 문제점도 거론됐다.
한일조세조약에 의하면 수익적 소유자가 의결권 있는 주식을 25% 이상 소유하고 있는 경우에는 배당소득에 대해 5%의 제한세율을 적용하고, 그 외의 경우에는 15%의 세율을 적용해야 하는데 주식 '소유'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내려져 있지 않아 해석상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
지난 1970년 체결한 한일조세조약에는 해외법인 소유에 대해 '직접' 혹은 '간접'이라는 문구가 누락돼 있어 분쟁의 소지가 있어왔다.
예컨대 일본기업이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고, 그를 통해 한국에 투자할 경우 제한세율을 얼마로 설정할지에 대한 기준이 불분명해지기 때문이다.
정현주 변호사는 "국세청은 직접소유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세율 15% 적용을 주장했지만 일본국적의 납세자는 간접적으로 (페이퍼컴퍼니) 지분의 25% 이상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5% 세율을 적용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례가 있었다"며 조약 개정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