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 회장의 배임·횡령 혐의에 대한 파기 환송심이 7일 원심인 서울고등법원에서 진행된 가운데 부실 계열사인 한유통과 웰롭이 한화유통의 자회사였는지, 김 회장 소유의 회사였는지를 놓고 변호인과 검찰이 날카롭게 맞섰다.
김승연 회장측은 한화유통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부실자회사인 한유통과 웰롭에 대한 보증채무를 그룹차원에서 해소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점과 당시 대기업 계열사간의 지급보증은 관행이어서 그룹의 이익차원에서 자금지원이 이뤄진 것임을 강조했다. 반면 검찰은 한유통과 웰롭이 김 회장 개인소유 회사여부를 집중 추궁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5부(재판장 김기정 부장판사)는 이날 증인으로 양혁 전 한화유통 대표를 불러 증인심문을 진행했다.
양 전 대표는 "한화유통 대표 취임 당시 회사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한유통과 웰롭에 대한 보증채무라고 생각했다"며 자신이 먼저 자회사인 한유통과 웰롭의 부채해결을 그룹 본부에 요구했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한화유통의 보증채무가 지급보증과 연결자금을 합해 2100억원으로 기억한다"며 "한화유통 자체적으로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해 그룹 본부의 협조를 받아야 겠다고 생각해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문제 해결 방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관여하지는 않았지만 한화유통이 감당할 능력을 넘어서면 안된다는 가이드 라인을 제시했었다"고 말했다.
당시 한화유통의 비업무용 부동산의 경우 활용 가치가 없다고 판단해 김해, 인천, 서울 송파구 등에 있는 부동산을 매각해 부실 자회사인 두 회사의 채무를 해결했다고 양 전 대표는 밝혔다.
그는 특히 한화유통의 자회사 중 하나인 한화도시개발의 유상증자에 대해서도 한유통과 웰롭의 보증채무 해소 방안의 일환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부채해소 전에는 한화유통이 투자도 못하는 등 어려움이 많았지만, 해소 후 투자가 활발히 이뤄졌다며 부채해소가 한화유통의 경영 개선에도 도움이 됐다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측은 반대심문을 통해 "한화유통의 전체 차입금 규모가 3000억원 정도인데 자회사인 한유통과 웰롭의 보증채무가 70%정도를 차지한 사실을 알고 있느냐"며 "그럼에도 한화유통의 재무제표 어디에도 이런 내용이 기재가 안됐다"고 따져 물었다.
이에 대해 양 전 대표는 기재하지 못한 사실을 인정하고 죄송하다고 말했다.
양 전 대표는 "한유통의 사장과 웰롭의 사장을 아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한유통 사장은 알고 있었고, 웰롭 사장은 검찰 조사 때 알았다"며 인사를 나누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검찰측은 김승연 회장이 한화유통의 이사로 있었다는 사실을 아느냐며, 악성 단기 채무가 있을 때에 이사직을 사임했다가 채무가 해소된 후 다시 이사로 취임했다고 밝혔다.
이날 변호인측은 한유통과 웰롭이 한화유통의 자회사이며 이들에 대한 보증채무 해소가 그룹차원에서 불가피하게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당시는 IMF 외환 위기가 있었고, 대기업들의 경우 계열사 간 중복 연결돼 지급보증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 상황이었다며 한화 역시 이런 문제점들 속에서 전체 그룹 차원의 이익을 위해 계열사 간 보증채무 해소에 나섰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검찰측은 한유통과 웰롭이 김 회장 개인 소유의 회사이기 때문에 한화유통의 대표이면서도 자회사의 보증채무 해소 과정에 대해 잘 모르는 것 아니냐며 김 회장측 입장을 반박했다.
한편, 김 회장은 이날도 병상 침대에 누운 채 법정에 출석했으며, 약 30분 정도 있다가 재판장의 허락을 받고 퇴정했다.
재판부는 전날 김 회장이 요구한 구속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여 내년 2월 28일까지 불구속 상태로 재판이 진행될 예정이다.
다음 공판은 21일 변호인측이 신청한 증인심문으로 진행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