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사용료, '세금 논쟁' 불 지피나

국세청, 2년만에 과세논리 뒤집어…업계 혼란 가중

국세청이 신한은행에 대한 세무조사를 통해 '브랜드 사용료'라는 잔불에 불쏘시개를 들이밀며 금융권 등 업계가 술렁거리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국세청은 올해 진행된 신한은행에 대한 세무조사(2008~2012년도분)에서 1600억원 규모의 세금을 추징키로 했으며, 이 중 1300억원 상당은 신한은행이 신한금융지주에 지급한 브랜드 사용료 4600억원을 불인정해 과세된 세금이다. 

문제는 불과 2년 전만 해도 국세청의 과세논리는 이와 상반됐다는 것이다.

국세청은 지난 2011년 신한금융지주에 대한 세무조사(2012~2007년도분)에서 지주사에서 2005년부터 2007년까지 3년간 신한은행으로부터 브랜드 사용료를 받지 않은 것은 상표권 무상허여로 인한 부당지원이라고 판단했다.

당시 국세청은 3년분의 브랜드 사용료를 소득에 가산해 이월결손금을 차감한 후 과세했으며, 총 추징 세금은 2876억원에 달했다. 

국세청은 2010년 우리금융지주에 대한 세무조사에서도 비슷한 잣대를 적용했다.

상표권을 가진 우리금융지주가 우리은행으로부터 '우리'라는 브랜드 사용료를 받지 않은 것은 부당지원이라며 900억원 가량을 추징한 것이다. 우리금융은 세금 추징 이후 600~700억원대의 사용료를 자회사로부터 수취해 오고 있다.

올해 세무조사를 받은 KB국민은행도 전체 추징액 1254억원 중 80억원 상당을 상표권을 보유한 은행이 계열회사로부터 사용료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과세를 당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국세청은 이번 신한은행 세무조사에서 '신한' 브랜드 가치는 은행이 창출한 것이므로 지주사가 브랜드 사용료를 수취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과거의 과세 논리를 뒤집었다. 

이 같은 국세청의 돌변한 과세논리에 금융권은 물론 일반지주사 체제를 갖춘 대기업들까지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한 대기업의 관계자는 "브랜드 사용료와 관련된 과세당국의 논리는 객관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며 "사실 지주회사의 주요 수입원은 배당금과 브랜드 로열티인데 과세당국의 논리를 적용했을 때 문제가 되지 않는 기업이 몇 군데나 되겠냐"고 우려했다.

금융권에서는 과세당국이 은행이 브랜드 가치를 창출했을 경우 계열사에서 사용료를 받아야 한다는 논리에 대해서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법상 상표권 제공은 은행의 업무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데 은행에서 계열사로부터 브랜드 사용료를 수취하라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과거 금융지주에서 브랜드 사용료를 자회사로부터 받지 않았다고 과세를 했던 당국이 그와 반대되는 논리를 펴는데 대해 솔직히 혼란스럽다"고 토로했다.

사실 브랜드 사용료에 대한 개념이 정립된 것은 2000년대 들어서다. 브랜드(상표권)라는 무형의 가치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LG, GS 등 지주사체제로 전환한 대기업들이 자회사로부터 브랜드 사용료를 받기 시작한 것이다.

신한금융 등 금융권에서 브랜드 사용료 개념을 도입한 것은 2006년 말 금융감독원이 '자회사의 지주회사 상표권 무상사용은 부당한 지원행위에 해당한다'며 사용료 부과기준을 정하라고 권고하면서 시작됐다.

신한금융의 사용료 부과기준의 모델이 LG 등 기존 지주체제의 대기업이었던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었다.

신한금융의 경우 지난 2002년 CI(상표권)을 개발, 출원·등록하는 과정에서 자회사 상표권(신한은행 13건, 제주은행 1건)에 대한 권리이전 절차를 모두 마친 상태다. 기존 녹색계열의 신한은행 상표권을 폐기하고 현재 푸른색 계열의 '신한' 로고를 만든 것도 바로 이 시기다.

이번에 문제가 된 브랜드 수수료는 '상호'보다는 '상표권'의 개념에 가깝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신한금융지주에서 상표권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브랜드 가치를 창출한 곳이 신한은행이라는 이유로 지주사에 대한 브랜드 사용료 지급의무가 없다고 한 국세청의 과세 논리는 결국 법원의 판단이 필요한 사항으로 보고 있다.  

세제실장을 지낸 바 있는 김용민 인천재능대 교수는 "국세청의 과세논리가 달라진 부분은 사실판단 문제로 봐야 할 것이며 결국 법원에서 결정해야 할 사항"이라며 "이번 국세청의 논리가 세법을 달리 해석한 것이라면 소급 과세가 가능하지만 단순한 사실판단이나 새로운 해석이라면 소급과세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국세기본법에는 세법의 해석이나 국세행정의 관행이 일반적으로 납세자에게 받아들여진 후에는 그 해석이나 관행에 의한 행위 또는 계산은 정당한 것으로 보지만, 새로운 해석이나 관행에 의한 것은 소급 과세를 못 하도록 규정돼 있기 때문.

금융권 등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이번 국세청의 세금 추징에 대해 과세전 적부심사 신청 등 구제절차를 진행중이며, 적부심 기각시 심판청구 등 불복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신한은행이 택한 불복 절차가 법정 다툼으로 번질 경우 통상 4~5년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할 때 상당 기간 브랜드 사용료 논쟁은 업체들에게 상당한 혼란으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