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2월 500원이 인상된 이후 8년간 요지부동인 담뱃값을 놓고 '국민 건강 증진'과 '서민 부담 가중'이라는 찬반논리가 또 한번 팽팽히 맞붙으며 인상안 논의에 난항을 예고했다.
새누리당 중앙위원회는 11일 '합리적인 담배세 부과와 관련한 법률 개정' 토론회를 열고 담배세 인상안과 관련한 찬반양측의 의견을 수렴하는 시간을 가졌다.
기조발표에 나선 새누리당 이만우 의원은 "흡연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10조원에 이르고 흡연관련 질병에 드는 의료비만 1조7000억원"이라며 "세계은행 등 연구결과에 따르면 담배가격 10% 인상 시 소비량이 3~5% 감소하고 저소득층과 청소년의 흡연율 감소에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의원은 물가연동제를 주장하며 "지난 8년간 인상하지 않은 부분의 물가상승분을 먼저 반영한 후 앞으로 6년간 물가연동제를 적용하면 일시적으로 담배세를 1000원 올린 것보다 세입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이러한 내용을 담은 지방세법 및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지난해 7월 대표발의한 바 있다.
정영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주제발표를 통해 "담배가격 인상을 적극검토하고, 물가상승률과 소득수준 증가율을 웃도는 가격인상 원칙을 마련해야한다"고 주장하며 이 의원과 뜻을 같이 했다.
특히 정 연구위원은 프랑스 등 해외사례를 소개하며 담배가격결정권에 기획재정부 뿐만 아니라 보건복지부의 책임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물가통계에 담배를 포함한 지수화 담배를 포함하지 않은 지수를 병행 산출, 비포함 지수를 연금 등 사회보장정책에 사용해야 한다는 제안도 내놓았다.
아울러, 최성은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센터장도 "우리나라의 담뱃세가 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약 62%로 다른 나라에 비해 낮은 편"이라며 "흡연율을 낮추고 흡연의 사회경제적 비용을 줄이려면 담배세 인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담뱃값 인상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게 제기됐다.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은 "지하경제비율이 우리나라와 비슷한 그리스의 경우 지난해 초 담뱃값을 25% 인상한 후 밀수규모가 급증했는데 우리도 그럴 가능성이 있다"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담배로부터 연 7조원 가량의 제세금이 징수되는데 사회적 비용을 이유로 담배세를 올려야 할 이유가 있느냐"며 "흡연율을 낮추려면 가격정책보다 비가격정책에 먼저 신경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경수 한국담배소비자협회 회장은 "한국 담뱃값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3번째로 저렴하나 담배가격이 높다고 해서 흡연율이 낮은 것은 아니다"라며 "담배가격이 5배 이상 높은 아일랜드가 OECD 25개국 중 성인흡연율 1위이며 4배 이상 높은 영국도 우리나라와 성인전체흡연율이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정 회장은 이어 "국민건강증진기금 총액 1조3497억원 중 금연교육과 흡연자건강관리 사업 관련 예산은 불과 218억원에 불과하다"며 "가격 인상을 논하기 전에 현재 기금 운용부터 바르게 써야 한다"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