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사당 본회의장 전경 (사진 = 김용진 기자)
분식회계·뇌물수수 처벌 강해질 듯
외부감사인 재무제표 작성지원 금지
감사인 의무교체 제도 부활 예고
각종 회계제도를 둘러싼 정치권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19대 국회 출범 이후로 공인회계사법 및 주식회사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총 11건이나 발의되는 등 관련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 및 회계업계에 따르면 19대 국회임기가 시작된 지난해 5월 이후 공인회계사법 4건, 외감법 개정안 7건이 각각 발의됐다. 18대 국회가 운영됐던 4년 동안 회계와 관련된 발의법안이 단 10건이었던 것과 비교되는 수치다.
주요 발의법안을 살펴보면 분식회계 및 미등록회계사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외부감사인이 기업의 재무제표 작성을 지원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여기에 폐지된 지 4년 만에 재논의가 시작된 '감사인 의무교체제도'를 부활시키는 법률이 주목을 받고 있다.
■ 회계부정 처벌기준 변화 올까?…정치권 논의 '활발' = 정호준 민주당 의원과 김종훈 새누리당 의원은 회계부정에 대한 처벌수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에서 의견을 함께 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감사인이나 공인회계사 또는 감사인 선임위원회의 위원이 부정한 청탁을 받고 금품을 수수한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다.
정호준 의원은 지난 1월 외감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회계부정으로 인해 수많은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였음에도 회계부정을 저지른 자에 대한 형사처벌 수준이 경미하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이 감사를 실시한 기업의 절반 이상이 재무제표를 조작한 사실이 적발된 상황에서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 기준을 높여 회계 공정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비슷한 법률을 발의한 김종훈 의원도 "국민경제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분식회계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등기임원이 아니더라도 증권선물위원회의 조치 및 형사처벌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면서 "분식회계에 대한 제재 수준을 5년 이하 징역 또는 3억원 이하 벌금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뜻을 같이 했다.
한편 김관영 민주당 의원은 감사인 연대책임제도의 부적정성을 꼬집었다. 감사인이 제 3자에 대해 손해배상책임이 있을 경우 이사와 감사가 모두 연대 책임을 지는 것은 부당하다는 문제의식이다.
김 의원은 외감법 개정안 발의를 통해 고의과실의 경우와 원고가 소액투자자인 경우에는 현행과 같이 연대 배상책임을 지도록 하되, 원고가 소액투자자가 아니고 고의가 아닌 경우에는 법원이 정하는 비율에 따라 배상책임을 지도록 규정할 것을 촉구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세 의원 모두 약간씩의 차이는 있지만 결국 처벌기준을 고쳐야 한다는 점에서 같은 맥락"이라며 "지난 정무위원회의에서 야당 모 의원의 반대에 부딪쳐 통과가 불발됐지만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중이기 때문에 다음 국회 때는 재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감사인 재무제표 작성 금지"…팔 걷은 정부 = 외부감사인이 감사대상 회사의 재무제표를 작성해주는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해 정부가 직접 나섰다.
지난 4월 30일 외부감사인이 회사를 대신해 재무제표를 작성하는 등의 지원행위를 금지하는 외감법 개정안이 정부입법으로 발의됐다.
정부 관계자는 "현행 제도의 운영상 나타난 미비점을 개선·보완하려는 취지"라며 "외부감사인이 회사의 재무제표 작성을 지원하는 오랜 관행을 근절해 회계에 대한 기업들의 책임의식을 높여 재무제표에 대한 신뢰도가 향상될 것"이라고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복수의 금융당국 관계자들도 "자기감사의 위험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기업들이 재무제표 작성 책임을 확실히 지고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중 한 관계자는 "기업은 재무제표 작성을 감사인에게 부탁하지 않고 마땅히 자기 책임 하에 작성해야 한다"면서 "이번 개정안은 기업이 책임성을 가지고 재무제표를 작성할 의지와 능력을 갖추도록 촉구하자는 것이 근본 취지로 해석된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개정안에 대해 기대를 많이 했었는데 국회파행으로 미뤄진 것이 아쉽다"면서 입법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 법안은 현재 소관부서인 정무위에 접수된 상태로 공식 입법을 위한 논의를 기다리고 있다.
■ 감사인 의무교체제 국회 논의…업계 시각차 '극명' = 4년 전 폐지된 감사인 의무교체 제도의 부활이 회계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감사인 의무교체 제도란 동일한 감사인이 한 기업에 대해 일정기간을 초과해 감사업무를 수행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률. 지난 2003년 기획재정부에 의해 도입이 됐었지만, 감사의 효율성을 저하시키고 기업과 감사인에게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비판이 일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진 제도다.
최근 이종걸 민주당 의원은 9개 사업연도를 초과해 감사업무를 수행하게 할 수 없도록 하는 외감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종걸 의원은 "2012년 7월을 기준으로 국내 회계법인 126개사 중 상위 4개 법인의 시장 점유율이 75%에 달하고, 이들 대형 회계법인과 7년 이상 연속해 감사계약을 맺은 주권상장법인의 수도 증가했다"면서 제도 도입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이에 대한 업계 관계자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감사인 교체제도 자체가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의견과 잦은 감사인 교체를 통한 고품질의 감사를 유도할 수 있다는 시각이 공존하고 있는 것.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감사인을 바꾸게 되면 첫 해에는 초도감사가 된다. 회계법인이 그 기업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감사의 한계가 생기는 것"이라며 "감사인을 바꾼다고 해도 대형법인에 수주를 맡긴 기업이 중소형법인을 찾는 경우는 없다. 오히려 기업들의 선택의 폭을 제한하는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리보다 앞서 도입한 이탈리아에서도 사실상 실패를 했으며, 미국의 경우에는 평균 25년씩의 장기계약을 맺으며 회계법인들의 전문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반면 또 다른 관계자는 "EU의 경우 교체시기를 15년 이상으로 설정해 놓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면서 "법적으로 최대 시한을 정해놓는 것이 어느 정도는 (중소회계법인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며, 대형법인들도 교체를 신경쓰게 되기 때문에 감사품질이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