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회계기준(IFRS) 도입이 본격화됐지만 아직까지 기업들은 회계감리제도를 운영하며 난감해 하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원칙주의를 내세우고 있는 IFRS를 회계기준에 적용할 때마다 애매한 사항이 한 두가지가 아닐 뿐 아니라 기존 사례들이 턱도 없이 부족해 현직 회계사들 조차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 경우가 한 두번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애매한 상황으로 인해 법적인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소지는 다분하지만 어디에 하소연하기도 힘들다는 게 문제입니다.
이에 <조세일보>는 분쟁의 소지가 있는 난제들을 회계감리제도와 관련된 판례들을 통해 구체적으로 풀어보고자 합니다. - 편집자 주
현행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에는 감사인에 대한 별도의 정의가 없어 문제의 소지가 종종 있어왔습니다.
지난 몇 년간 법원을 드나들어야 했던 공인회계사 이모 씨의 사연도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그가 담당했던 주식회사 K는 장부상의 실적을 올리기 위해 친분관계가 있는 모 업체에 총 42억원 상당의 물품을 매출하고, 또 다른 업체로부터 22억원 상당의 물품을 매입한 것처럼 작성한 서류를 이씨에게 제출했습니다.
이를 별다른 의심 없이 받아들인 이씨는 K 회사가 그해 12억7000만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린 것으로 판단, 손익계산서를 작성했습니다.
문제는 K 회사의 대표가 신주발행 업무를 하면서 배임행위로 법원의 부름을 받으면서부터 시작됐습니다.
K 회사가 신주를 발행하면서 장부를 허위로 작성했는데 이씨도 그에 가담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입니다.
억울함을 느낀 이씨는 K사 대표에 대한 고소로 자신의 무죄를 알리고자 했습니다. 허위자료 제출로 감사인의 정상적인 외부감사를 방해한 정황이 명백했고, 자신에게 유리한 판결이 나오면 주변에서 제기되던 의혹도 말끔히 씻어버릴 수 있으리란 생각에서였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법원의 판결은 이씨의 기대와는 달랐습니다. 외감법 상 감사인의 정상적인 외부감사를 방해한 행위에 대해서는 처벌하도록 규정돼 있지만, '감사인'에 대한 정의가 내려져있지 않은 것이 문제였습니다.
대법원은 비록 K사가 외부 회계감사를 실시하더라도 법령상 외부 감사를 받아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외감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최종 판단했습니다.
외감법 상 '감사인'의 의미는 법정 외부감사대상 회사의 감사인을 뜻하고, 이들의 감사업무를 방해한 경우에만 외부감사방해죄가 성립된다는 판결입니다.(대법원 2004.5.13.선고 2002도7340 판결)
이에 대해 현직 변호사는 "지정된 감사인이 아닌 경우 외감법에 따른 처벌을 받지 않는다. 다만 주의할 것은 필수 외부감사 대상이 아니더라도 자본시장법에 의해 외부감사를 받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에는 자본시장법의 적용을 받는다는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