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률은 높아지는데도 중소기업에는 일할 사람이 없다는 얘기는 하루 이틀 돌아다닌 이야기가 아니다.
고학력의 청년들은 비교적 큰 규모의 안정된 직장을 원하지만 중소기업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연봉과 근무여건으로 눈높이를 맞춰주지 못하면서 청년실업과 구인난의 악순환은 계속되고 있다.
FTA 분야에서도 이 같은 현상은 마찬가지였다.
기업들은 FTA 전문인력이 없어 사람을 구하는데 애를 먹고 있는데도 무역을 전공한 학생들의 취업률은 떨어지는 상황이 벌어졌다. 전병건 관세행정관(사진)은 바로 이 점에 주목했다.
전 행정관은 관세청 자유무역집행1과에서 근무하면서 기업들이 FTA 전문인력을 고용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반면 대학생들은 FTA 관련 교육을 들어도 취직이 잘 되지 않는 것을 눈으로 직접 봤다.
전 행정관은 20일 조세일보(www.joseilbo.com)와의 인터뷰에서 "중소기업 FTA컨설팅을 나가면 '도대체 일할 사람이 없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자주 듣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FTA 체결 확장으로 FTA 활용을 통한 외부성장환경은 조성됐지만 FTA 원산지를 관리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은 부족한 상황이라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고 밝혔다.
이에 전 행정관이 눈을 돌린 것은 대학생이나 일반인이 아닌 바로 고등학생. 특성화 고등학생이야말로 대졸 취업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에 기업들의 채용수요도 많고 학생들도 안정적으로 취업을 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라 생각됐다.
□ 무역특성화高에는 없는 FTA(?) = 전 행정관은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FTA 전문인력을 키우겠다고 생각한 뒤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다.
무역과 관련한 특성화 고등학교라고 할지라도 FTA 정규교과과정이 있는 학교는 없었던 것이다. FTA가 확대로 무역환경이 급변하고 있는지금의 추세와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이런 상황에선 특성화고를 나온 고등학생들이 사회에 진출해도 수출입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인재상에 맞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 이에 전 행정관은 특성화 고교생들의 취업률을 높이고 기업들도 필요한 인재를 쉽게 구할 수 있는 '윈-윈(win-win) 프로젝트'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특성화 고등학생을 FTA 전문 인력으로 양성하는 것은 새로운 업무영역을 개척하는 일이다보니 어려움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전 행정관은 "제가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벌써 40년, 특성화 고교생이 무엇을어떻게 배우고 있고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나 사례는 전무한 상황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지난 8월 서울세관의 '고용창출형 FTA 전문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FTA 전문인력으로 탄생한 145명의 특성화 고교생들. 학생들은 세관직원이 직접 강의하는 FTA 자격취득 과정과 방과 후 학교, 종합교육과정 등을 수강하며 두 달 동안 실력을 쌓았다.
□ "무조건 발로 뛴다…無에서 145명이 탄생하다" = 막막했던 전 행정관의 머리속을 스쳐간 것은 교육부였다. 교육부에서라면 뭔가 해답을 갖고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전 행정관은 교육부를 찾아가 특성화 고교생의 FTA 전문 인력 양성에 대한 필요성을 설명했고 교육부 관계자 역시 특성화 고교생의 FTA 전문 인력 양성에 대해 공감했다.
결국 전 행정관은 교육부로부터 FTA 전문교육 개발 및 운영을 위한 협력체계를 구축한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이후 관내 51개 특성화 고등학교와 시도교육청이 참석하는 대규모 간담회를 개최해 FTA 교육과 학교교육을 접목시키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고 직접 특성화 고교생을 만나 교육 시기, 방법, 내용 등 수요자의 의견을 들었다.
전 행정관은 "이러한 과정들을 통해 저는 어려운 취업환경 속에서 취업에 앞둔 고교생 입장이 돼 생각해 FTA 전문인력 양성 교육과정을 수립하고 실천하는데 중점을 뒀다"며 "보여주기 행정이 아닌 실질적으로 특성화 고교생에게 도움이 되고 최대의 교육 효과로 교육생을 배출해 기업도 그 효과를 누리도록 하는데 노력했다"고 밝혔다.
이런 전 행정관의 노력으로 지난 7월 관세청 최초로 특성화 고교생을 대상으로 한 FTA 전문교육을 실시했다.
국가공인 FTA전문자격증인 '원산지관리사 취득반', 경기지역 우수 특성화 고교생을 대상으로 한 '방과 후 FTA 학교반', 원산지관리 및 검증대응을 교육하는 '종합교육과정반' 3개 과정으로 운영했다.
한창 무더웠던 지난 7~8월, 두 달간의 교육과정을 마친 특성화 고교생 145명은 FTA 전문인력으로 거듭났다.
전 행정관은 "저 혼자만의 노력이 아니라 함께 해준 우리 자유무역협정 1과 부서원들, 뜻을 공감해 준 교육부 등 유관기관 관계자 그리고 무엇보다 열정으로 교육에 임해준 145명의 특성화 고등학생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조만간 기업과 특성화고교생 FTA 전문인력간 만남의 장을 마련해 서로가 만족할 수 있는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많은 노력들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