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개혁 특위로 양보" VS 야 "특검 안 하면 '이명박근혜 정권' 자인"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 관련 특검과 국정원 개혁 특위, 이른바 '양특'을 둘러싼 여야의 줄다리기가 팽팽해지고 있다.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8일 국회 첫 시정연설에서 여야 '합의' 수용 의사를 밝힌 이후 국정원 개혁 특위를 전격 수용했지만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 관련한 특검에 대해서는 '불가' 입장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결국 박 대통령이 앞에서는 '여야 합의'를 내세우지만 뒤에서는 '특검 불가' 방침을 새누리당에 지시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20일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최고중진 연석회의에서 민주당의 '특검' 요구에 대해 "결코 수용할 수 없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밝혀 둔다"고 못 박았다.
최 원내대표는 "국정원 개혁특위를 국회 정상화를 전제로 전격 수용했으나 민주당은 특검 없는 특위는 안 된다는 강경한 입장"이라며 "민주당은 소수 야당인 약자가 아니라 거대 야당이고, 국회 선진화법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가진 최강의 야당이자 '슈퍼 갑(甲)'"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선 "여당이 한 발짝 물러섰으면 야당도 한 발짝 물러서는 양보의 미덕을 발휘해야 '윈-윈' 의회 정치와 상생 정치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공무원들의 정치적 중립성을 더 강화하기 위한 제도 개선은 얼마든지 찬성이지만, 세계 어느 민주주의 나라에서 대선이 끝난 지 1년이 지나서 특검을 하니 마니 하는 예가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날 새로 드러난 '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작업 청와대 보고' 의혹을 지적,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향해 "특검을 하지 않으면 국정 혼란이 장기화 될 것"이라고 압박했다. 그러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관여 여부를 둘러싼 조사 가능성도 내비쳤다.
김한길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은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하면 무엇이든 존중하겠다고 했지만 그 속뜻은 특검은 안 된다는 것"이라며 "새누리당을 대통령의 '화살받이'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군 사이버사령부의 대선개입이 국정원의 지휘, 통제 아래 이뤄졌다는 사실이 새로 드러났다. 아무리 감추고 싶어도 진실은 결코 사라지지도 덮어지지도 않는다"며 "정국의 혼란은 장기화될 것이다. 빨리 특검으로 끝내야 한다. 특검은 안 된다는 건 진상 규명을 하지 않겠다는 주장"이라고 특검수용을 거듭 촉구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도 "새누리당이 특검을 완강하게 거부하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뜻이라는 것은 온 국민이 다 안다"며 "대한민국에서 새누리당을 움직이는 유일한 사람은 박근혜 대통령뿐이다. 국회 연설에서는 여야가 논의하지 못할 일이 없다고 해놓고 뒤로는 새누리당에 특검 거부를 지시한 게 아닌지 의혹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군 사이버사령부 댓글작업 청와대 보고 의혹을 언급, "국가기관 대선 개입이 이명박 대통령의 직접 관여 여부를 밝혀야하는 지경에까지 도달됐다. 이명박 대통령도 조사할 필요성이 높아졌다"며 "박 대통령이 특검을 거부하면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정권, 전·현 정권의 연계를 자인하는 결과가 될 수밖에 없다. 아마 가장 큰 피해자는 박 대통령이 될 것이다. 새누리당에게 특검을 수용하도록 지시해야 할 것"이라고 거듭 압박했다.
한편, 20일 보도된 전·현직 군 사이버사령부 간부 증언에 따르면 댓글작업과 관련해 사이버사령관이 국방부장관과 청와대 지휘를 받고 보고를 한 것으로 드러나 국가기관 대선 개입에 청와대 개입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