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통일·안보분야 정기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답변하고 있는 정홍원 국무총리(사진 = 김용진 기자)
"수사 중 사안" 반복, 12·12 사태 답변 못해 '쩔쩔'…책임총리 무색
정홍원 국무총리가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과 통합진보당 정당해산심판 청구 등과 관련해 거듭 "수사 중에 있는 사안"이라고 반복, 즉답을 회피해 야당의원들로부터 거센 질타를 받았다. 특히 자신의 주재로 의결한 진보당 정당해산심판 청구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허수아비 총리'라는 지적을 들었다.
정 총리는 20일 국회 대정부질문 외교·통일·안보분야에서 군 사이버사령부 댓글작업에 대한 청와대 개입 의혹이 폭로된 것과 관련해 야당 의원들이 '특검'과 '불법적 대선 개입' 인정을 촉구하자 "수사 중인 사안이라 답변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민주당 진성준, 김광진 의원 등은 이날 군 사이버사령부 댓글작업이 청와대와 국방부 장관의 지휘아래 보고까지 이뤄졌다는 증언을 폭로, 정 총리를 향해 '불법적 대선 개입' 의혹을 추궁했다.
이들은 당시 댓글작업의 핵심 지휘라인으로 지목되는 김태효 전 대외전략비서관과 2012년 당시 사이버사령부에서 근무한 연재욱 현 청와대 국방비서관에 대한 수사, 이명박 전 대통령 수사 여부, '특검' 등을 거듭 강조했지만 정 총리는 "수사 중에 사안"임을 강조하며 "임신한 사람에게 아기가 어떻게 생겼는지 물어보는 것과 같다. 철저한 수사를 한다고 몇 차례 강조했으니 믿고 기다려 달라"고 답했다.
급기야 김 의원이 12.12사태와 5.16 쿠데타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도 답변을 수 차례 못한 채 "어떤 시각에서 묻는 것이냐"고 힘들어했다. 이에 야당 의원들은 "그냥 편히 말하면 되지 않느냐, 뭘 그리 눈치를 보느냐"고 꼬집었다.
정 총리의 이 같은 답변은 진보당 정당해산심판 청구 문제에 대해서도 반복됐다. 진보당 이상규 의원은 진보당 해산심판청구 국무회의 의결 근거인 '민중'개념, 진보적 자유주의, RO조직 등에 대해 정확한 근거 설명을 요구했다.
이 의원은 위헌정당 근거로 제시한 '민중'개념과 관련, 정 총리를 향해 "'민주정치는 민중이 주권자다'고 설파한 사람이 누군지 아느냐, 이승만 전 대통령이다. '봉사와 헌신으로 민중의 지팡이의 긍지를 잊지 말자'고 말한 사람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라며 "그럼 이 분들도 북의 지령을 받아 쓴 용어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에 정 총리는 "그런 문제 전체를 헌법재판소에서 판단할 것"이라고 답변을 비켜갔다.
또한 '진보적 민주주의'에 대해서도 "김일성 사상에 따른 것이라고 하는데 어떤 것인지 말하라"는 질의에 "그 점도 재판 중이라 이야기할 성질이 아니다"고 답했다. 그러자 이 의원은 "국무회의서 의결할 때 이것 때문에 하지 않았느냐"고 재차 의결 이유를 물었고 정 총리는 거듭 "헌법재판소에서 판단할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 의원은 "(총리의 발언으로) 국무회의는 빈 쭉정이다. 총리가 확인해주고 있다"고 비난했다. RO조직의 별칭과 결성시기, 인원 등에 대해서도 "그걸 다 기억할 수 없다"고 일관해 야당 의원들로부터 "아는 게 뭐냐"는 비난을 듣기도 했다.
야당 의원들은 대정부 질문에서 거듭 "수사 중인 사안"으로 정부 입장을 밝히지 않는 정 총리를 향해 "총리, 부끄러운 줄 아세요"라고 비난했고 여당 의원들은 "잘하셨어요"라며 엄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