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트럼프 복귀 앞두고 우크라에 러 본토 타격 장거리무기 사용 승인

"우크라, 며칠 내 에이태큼스로 장거리공격 시행 예정"

러 北파병·트럼프 취임전 우크라에 유리한 협상고지 제공

"전쟁 판세 바꿀 수 없어"…"너무 늦은 결정" 평가도

러 강력 반발 예상…트럼프 측근 "전쟁 확대" 비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미국이 지원하는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 영토를 공격하는 것을 허용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이는 러시아가 북한 병력을 전장에 투입한 데 따른 대응인 동시에 복귀 즉시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전시키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을 앞두고 우크라이나에 유리한 협상 고지를 제공하려는 바이든 행정부의 조치로 보인다.

1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정통한 소식통과 미 관리를 인용,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미국산 장거리 미사일의 러시아 영토 공격 제한을 해제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은 우크라이나가 향후 며칠 안에 첫 장거리 공격을 시행할 계획이지만, 작전상의 보안 문제로 세부 사항을 밝히지 못한다고 전했다.

첫 장거리 공격은 미국산 장거리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ATACMS는 사거리가 305km에 달하지만, 공격 제한이 걸려 있는 만큼 활용에 제한이 걸려있었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중대한 정책 변화다. 미국은 그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 영토를 겨냥한 장거리 무기 사용 허가를 거듭 촉구했음에도 불구하고 확전을 우려, 이에 대한 제한을 풀지 않았다.

또 다른 미 관리에 따르면 이번 정책 변화는 러시아가 북한 지상군을 자국 병력에 보강 투입한 데 대한 대응으로 이루어졌다. 최근 러시아가 북한 병력을 우크라이나가 점령한 자국 영토 쿠르스크 전투에 투입함에 따라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이번 조치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중단시키는 동시에 전쟁을 조속히 종전시키겠다고 공언한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 2개월 전 이뤄진 것이다.

이에 따라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 2기 행정부 아래 이뤄질 평화 협상에서 우크라이나가 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도록 장거리 무기 사용 제한을 해제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당선이 확정된 후 바이든 행정부의 고위 관리들은 남은 시간을 우크라이나가 "강력한 입장"에서 러시아와 평화 협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사용할 것이라고 밝혀왔다.

로이터는 일부 미국 관리들이 장거리 공격 허용이 전쟁의 전반적인 판세를 바꿀 것이라는 점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으나 이번 결정이 러시아군이 우세를 점하고 있는 시점에서 우크라이나에 도움을 줄 수 있으며, 휴전 협상이 이루어질 경우 우크라이나가 더 나은 협상 위치를 차지할 가능성을 열어준다고 평가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미국의 이번 결정이 너무 늦게 이루어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러시아는 막대한 손실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2022년 전쟁 발발 이래 가장 빠른 속도로 진군하고 있다. 대서양 협의회의 알렉스 플리차스 선임 펠로우는 "우크라이나는 그간 한 손을 등 뒤로 묶인 채 해온 싸움을 멈출 수 있다"면서도 "F-16, 에이브럼스, 하이마스와 마찬가지로 이번 결정 또한 너무 늦게 내려졌다. 전장에서는 훨씬 더 일찍 필요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서방을 겨냥 우크라이나가 장거리 미사일로 자국 영토를 공격하도록 허용하는 것은 전쟁을 의미한다고 경고해 온 만큼 이번 조치에도 강력하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9월 수도 키이우 어린이 병원을 겨냥한 러시아의 폭격 등으로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제한 해제 조치를 허용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러시아 측은 핵무기 카드를 꺼내며 거듭 확전을 경고했다.

체슬라프 볼로딘 러시아 하원(두마) 의장은 텔레그램을 통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장거리 서방 미사일을 발사하기 시작한다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더 강력하고 파괴적인 무기를 사용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한편 트럼프의 외교 정책 고문 리처드 그레넬은 이날 소셜미디어 'X'에서 "그(바이든)가 퇴임하기 전에 전쟁을 확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