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감사 대상이 아닌 기업에게 세액공제라는 '당근'을 제공해 자발적으로 회계감사를 받도록 하는 법률개정안이 업계의 화두로 대두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새누리당 원내부대표 및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비서실장을 맡았던 유일호 의원이 직접 입법안을 발의한 만큼 회계업계 변화의 '첨병'이 될 것이라는 기대에 찬 시선을 보내고 있다.
유 의원이 대표 발의한 '주식회사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회계감사 대상이 아닌 법인이 자발적으로 감사를 실시할 경우 최대 500만원 한도 내에서 감사비용의 20%를 공제 받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 법안을 놓고 업계 일각에서는 회계감사에 대한 외감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은 중소형 기업들의 인식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되어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표출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입법 취지가 좋다. 자발적으로 회계감사를 받게 만들어 투명 회계 풍토를 만들어나가자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감사를 받는다는 것은 투명해지려는 노력인데, 회계가 투명해지면 비용이 들고 피곤해 진다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 정책적으로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외부감사를 받으면 회계장부의 신뢰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은행 대출 등 금융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부수적인 혜택을 얻을 수도 있다는 전언이다.
긍정적인 시각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500만원 때문에 감사받겠다고 자진해서 나서는 기업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보통의 경우 감사를 받으면 매출액이나 기업비밀 등이 노출된다고 해서 싫어하지 않느냐"며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어 그는 "규모가 큰 외국계 사치품 전문 업체들이 유한회사 형태를 취하는 이유는 외감대상에서 빠지기 위해서다. 감사수수료가 없어 감사를 못 받고 있는 업체들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외감대상이 아닌 기업들을 끌어들이는 것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기업들을 대상으로 하는 거다. 설령 법안이 통과된다고 해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이 법안에 대한 입법검토보고서를 작성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문위원실은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전문위원실이 작성하는 입법검토보고서는 법률개정안의 국회 논의 과정에서 참고자료로 활용되며, 법률개정안 심의를 담당하는 국회의원들에게 논리적인 척도를 제공하는 중요한 보고서로 분류된다.
전문위원실은 입법검토보고서를 통해 "현실적으로 전체 법인 중 극히 적은 비율에 대해서만 세무조사를 실시할 수밖에 없으므로, 기업의 내부통제시스템을 강화해 법인에 대한 세원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찬성의견이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11년 기준 전체 법인세 신고 사업자의 수는 44만여개였지만 그중 세무조사를 받은 법인은 약 1%에 해당하는 4689개에 불과한 실정.
또 회계감사를 통해 재무제표의 신뢰성이 높아진다면 법인세 신고의 정확도 역시 같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의원실의 판단이다.
다만 전문의원실은 "개정안에 따르면 외부감사 비용을 부담하기 어려운 소기업이 세무조사 대상 선정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반대의견도 있다"고 설명했다.
불경기가 지속되면서 상당수의 소규모 법인들이 평균 1000만원을 상회하는 외부감사 수수료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한계를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2011년 기준 귀속분 법인세 신고현황에 따르면 전체 신고법인의 35.1%가 장부상 마이너스(-)를 기록해 소득금액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고, 법인들의 70%가 연간 소득금액이 5000만원 이하인 만큼 회계에 돈을 투자할 만한 여건마련이 힘든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유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현재기획재정위원회에 계류 중이며, 이번 정기국회 조세법 심의 테이블에 올라와 있는 상황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 법안은 정치적이거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한 경우가 아니고 기술적인 문제라서 의원들끼리 합의만 된다면 쉽게 통과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