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사태로 인해 불거진 기업어음(CP)에 대한 관심이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 모습이다.
지난 19일 구자원 LIG그룹 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LIG손해보험의 주식 전량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LIG건설 CP 투자자 피해 보상에 필요한 재원 1300억원을 마련키 위해 회사의 경영권을 포기하는 결단을 내렸다는 것이 사측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도 LIG를 보며 느낀 바가 있을 것"이라고 언급하며 금융사고에 대한 대기업 오너의 책임을 강조했다.
그로부터 이틀 뒤 금융당국은 '동양그룹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한 종합 대책'을 발표하며 금융권에 대한 전방위적 감시강화를 예고했다. 수차례에 걸쳐 반복되는 금융사고를 미연에 방지해 소비자들의 피해를 막겠다는 복안이다.
한편 은행권에선 씨티·SC(스탠다드챠타드) 등 외국계 은행들이 실적하락에 따른 군살빼기에 들어가며 주목을 받았다.
■ 구자원 회장, CP투자자 피해보상 나서 = 지난 19일 구자원 LIG그룹 회장은 옥중에서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자신과 가족들이 보유한 LIG손해보험 지분을 매각할 뜻을 밝혔다.
구 회장은 2010년 10월부터 금융기관에서 2150억원 상당의 CP를 부정 발행한 혐의로 기소됐고, 지난 9월 서울중앙지법으로부터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현재 LIG손보는 지분 6.78%를 보유한 구본상 부회장이 최대주주이지만 매각이 이뤄지고 나면 사실상 구씨 일가의 손을 떠나게 된다.
아울러 LIG그룹은 지주회사인 ㈜LIG와 방위산업체인 LIG넥스원, LIG투자증권 등으로 이뤄진 작은 그룹으로 규모가 쪼그라들 것으로 보인다.
한편 시장에서는 구 회장의 지분 매각 결과에 따라 삼성화재, 현대해상, 동부화재, LIG손보로 이뤄진 이른바 업계 '빅 4' 구도가 뒤바뀔지 여부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신한금융, KB금융, NH농협금융지주 등 금융지주사들이 지분 인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으며, 보험사를 계열사로 둔 한화, 롯데그룹 등도 후보로 언급되고 있다.
■ 금융당국, 때늦은 후회(?)…동양사태 재발방지 대책 발표 = 동양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금융당국이 뒤늦은 대책마련에 나섰다.
지난 21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종합대책에 따라 앞으로 분식회계와 관계된 금융사 임원들은 상장법인에 임원으로 취임할 수 없고, 금융 상품을 판매하면서 시장 질서를 교란하면 영업이 중지될 수 있다.
여기서 시장질서 교란이란 불완전 판매와 대출금리 및 수수료 부당 수취, 꺾기(구속성 금융상품), 불법 채권 추심, 대주주 및 계열사 부당 지원, 보험사기, 불법 사금융, 보이스피싱, 불법 외환 거래, 주가조작 등을 의미한다.
아울러 당국은 CP발행 등을 통해 당국의 규제를 덜 받으면서 은행과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는 쉐도우 뱅킹(그림자 금융)에 대한 감독을 강화할 방침이다.
정찬우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번 재발방지 대책은 그동안 문제점이 노출된 투자자보호 강화와 금융사를 이용한 계열사 부당지원 차단, 기업 부실위험의 선제적 관리에 중점을 두고 보완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동양그룹 문제가 미연에 방지되지 못하고, 많은 개인투자자들에게 피해가 돌아가게 된 점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앞으로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묻고,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감독에 세심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발표된 종합대책은 관련 기관들 간의 협의 및 세부사항 논의를 거쳐 내년 초부터 시행될 전망이다.
■ 실적 하락하는 외국계은행…군살빼기 돌입 = SC·씨티은행 등 한국에 진출한 외국계은행들이 실적하락에 허덕이면서 비용절감을 통한 살 길 찾기에 나섰다.
외국계 은행들은 국내은행들 보다 상대적으로 영업력이 약한 탓에 저금리 기조의 영향을 더욱 크게 받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금융권에 따르면 SC은행은 국내 지점 100여 곳을 폐쇄할 것으로 알려졌고, 씨티은행은 연초부터 진행해온 근거리 지점 통폐합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C은행은 3분기 당기순손실 222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 지난 2분기 33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던 것과는 대조되는 상황이다.
씨티은행의 경우 3분기에 당기순이익 279억원을 시현했지만 전년 동기보다 53.3%, 전분기 대비 53.4%의 실적 하락을 맛 봤다.
이에 대해 시중의 한 애널리스트는 "외국계 은행은 수도권과 소매금융에 중심을 두고 있다"면서 "내수경기가 부진하기 때문에 함께 고전할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